[사설]교육부의 ‘한술 더 뜨는’ 역사 편향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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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근현대사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지난달 발행한 ‘근현대사 교수 학습자료’는 국가 차원의 근현대사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작한 이 자료에 대해 ‘교과서포럼’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교과서포럼은 어제 성명을 내고 “이 자료는 대한민국 건국을 폄훼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이 극우반공독재에 순응하는 면이 있었다’는 등 오만한 역사쓰기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서포럼은 “이 자료가 건국을 미 군정(軍政)과 일부 정치세력에 의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정도로 사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인은 이중성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3·1운동 등에서 역동적인 힘을 보여준 반면 극우 반공독재에 순응하는 면도 있었다”고 쓰고 있다. 건국의 의미를 축소·왜곡하는 것은 국가정체성 훼손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던 현대 한국인의 이념적 지향을 ‘극우반공독재에 대한 순응’으로 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건국으로 생겨난 교육부가 대한민국을 깎아내리고 있는 셈이다.

전국 학교에서는 이 자료를 기준으로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배우게 된다. 현행 일부 근현대사 교과서 속의 이념 편향적 서술도 이 자료를 통해 시정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자료 자체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보여주기는커녕 편향성을 짙게 깔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료의 ‘근현대 사회변동’ 편은 동학농민운동, 민권운동, 사회주의운동 등 ‘운동의 역사’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단편적 시각으론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던 가족 단체 시장(市場)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상호관련성을 이해할 수 없다.

교육부는 이 자료를 편찬한 목적이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자국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꾸미기 위해 조작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편향된 역사해석으로 국민을 ‘자학(自虐)사관’에 가둬놓으려 하니, 차라리 이런 자료는 없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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