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녹색나무 덮인 산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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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하면서 사시사철 색이 바뀌는 관악산을 바라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관악산은 매일매일 다른 색으로 보인다. 비가 온 후의 맑은 날에는 깨끗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정상의 푸르른 나무들이 예쁜 녹색으로 보인다. 나무는 녹색 잎을 가지고 있으니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뒤에 관악산 정상의 나무들을 보면 더 이상 녹색으로 보이지 않고 옅은 색이기는 하나 파르스름하게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나무는 여전히 녹색이다. 이렇게 산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관악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름까지 파란 산이 많다. 미국 동부의 블루리지마운틴(Blue Ridge Mountain)과 호주의 시드니 서쪽에 있는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이 대표적이다.

녹색의 나무로 덮여 있는 산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빛의 산란 때문이다. 나무는 자연적으로 탄화수소를 방출한다. 나무에서 나온 탄화수소는 대기 중에서 산화돼 조그만 입자인 ‘에어로솔’이 되고 이 에어로솔이 파란 빛을 주로 산란시킨다. 이 때문에 녹색의 나무가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비가 오면 공기 중의 에어로솔이 모두 씻겨 없어지므로 산은 다시 녹색으로 보인다.

탄화수소는 또 다른 재주도 갖고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는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숲 속을 산책하면 싱그러운 냄새가 나는데 이것이 바로 나무에서 나오는 탄화수소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삼림욕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냄새를 맡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비가 오기 직전에 공기 중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런 냄새를 맡고 우리는 ‘아하, 비가 곧 오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일명 ‘비냄새’다. 사실 이 냄새는 빗방울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나무에서 나온 탄화수소의 냄새다. 탄화수소 일부가 평소 흙 속에 묻혀 있다가 비가 오기 직전 습도가 높아지면 땅에서 밀려나 사람들이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는 오존 생성을 돕기도 한다. 숲 속에서 오존 냄새를 많이 맡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우갑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w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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