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부동산 보유稅’ 더 다듬어야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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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고, 본인명의 주택의 기준시가 총액이 9억원을 넘는 개인에겐 9억원 초과분에 대해 누진세율의 종합부동산세를 물리는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현행 재산세제는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서울 아파트 값의 절반도 안 되는 지방 아파트에 세금은 더 많이 물리는 사례도 흔하다. 이런 불합리성을 바로잡자는 취지는 옳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에는 문제점과 허점이 많아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정부는 세금 부담이 한꺼번에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세액 증가율을 전년 대비 50%까지로 묶었지만, 그래도 조세의 과잉금지원칙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분양받거나 새로 산 아파트에는 상한제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인근의 기존 아파트와 가격이 같더라도 세금은 훨씬 많이 내야 하는 억울한 납세자가 무더기로 쏟아질 판이다.

9억원짜리 주택 하나만 가진 사람이 3억원짜리 3채 보유자보다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도 정상적인 조세원칙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실수요자가 투기 목적으로 집을 몇 채씩 사들인 사람보다 불이익을 받는다면 어떤 납세자가 수긍하겠는가. 명의를 여러 사람에게 분산해 놓으면 유리한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새 세제는 이를 합리적으로 집행할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고 지방분권 정신에 역행한다는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이래서는 적잖은 납세자의 저항과 지자체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점을 대폭 보완하고 국민과 지자체 및 야당의 동의(同意)를 충분히 얻은 뒤에 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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