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대부의 시대’…동아시아 르네상스의 기원을 찾아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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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의 시대/고지마 쓰요시 지음 신현승 옮김/296쪽 1만2000원 동아시아

“양명학은 주자학의 연장된 형태였다.”

두 학문의 차이가 큰 듯 보이는 것은 왕수인(王守仁)과 주희(朱熹), 두 사람의 환경과 성격 차이에서 기인한 바 크다. 주희는 지방관의 자식으로 태어나 간신히 과거에 합격했다. 왕수인은 중앙 관료의 자식으로서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고관이 됐다. 주희는 독서를 통한 지식 축적과 논적에 대한 비판을 중시했지만. 왕수인은 상대방의 주장을 격려했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진리를 파악하려 했다.

주희는 송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인쇄기술을 십분 활용했다. 정호(程顥) 정이(程이)의 어록을 편찬하고 출판하면서 그는 두 사람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퍼뜨렸고, 그들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주자학을 ‘동아시아의 르네상스를 연 사대부의 사상’이라는 사회사상적 코드로 읽어 낸다. 주자학과 양명학이 ‘이(理)와 기(氣)란 무엇인가’ 하는 식의 개념 정의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를 쥐고 흔든 현실언어들의 거대 담론이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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