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무라이’와 ‘우키요에의 미(美)’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7시 07분


코멘트
‘사무라이’와 ‘우키요에의 미’에서 근대 일본의 철학과 미학을 통해 일본 정신의 뿌리를 짚어 볼 수 있다. 도리이 기요타의 우키요에 ‘청루거리’는 유곽으로 들어서는 기녀들을 한 사무라이가 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진제공 이다미디어
‘사무라이’와 ‘우키요에의 미’에서 근대 일본의 철학과 미학을 통해 일본 정신의 뿌리를 짚어 볼 수 있다. 도리이 기요타의 우키요에 ‘청루거리’는 유곽으로 들어서는 기녀들을 한 사무라이가 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진제공 이다미디어
《‘일본인’과 ‘일본적인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 2권이 동시에 나왔다. ‘사무라이’와 ‘우키요에의 미’는 근대 일본의 철학과 미학을 통해 일본정신의 뿌리를 짚어 볼 수 있는 책이다.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이미 100여년 전부터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한 일본 근대의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사무라이/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 권만규 옮김/198쪽 1만9500원 생각의 나무

일본의 5000엔권 화폐에 초상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 근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저자가 서양인들에게 사무라이에서 비롯되는 일본정신을 알려 주기 위해 영어로 썼던 책이 뒤늦게 번역돼 나왔다.

도쿄여대 초대학장을 지낸 저자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는 1862년 일본 모리오카 번의 하급 무사의 셋째아들로 태어나 도쿄대를 중퇴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3년간 경제학 문학 역사학, 독일 본대학에서 농정경제학 농학 통계학 등을 전공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국제인이었던 셈이다.

알고 지내던 외국 친구나 교수들에게서 ‘사무라이 정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던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899년 서양인들에게 일본 고유의 정신으로서 ‘무사도(武士道)’를 통해 일본 문화, 일본인, 일본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지 널리 알리려는 목적에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사무라이 정신을 대변하는 덕목으로 의(義), 용기(勇氣), 인(仁), 예(禮), 명예(名譽), 극기(克己) 등을 열거한 뒤 이들을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해박한 지식과 정연한 논리로 설명해 낸다.

예를 들어 서구인에게 이상한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할복에 대해서는, 셰익스피어가 브루투스의 입을 빌려 ‘그대의 영혼이 나로 하여금 검을 들어 내 배를 찌르게 한다’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할복이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기괴한 풍습이 아니며 할복은 자살이라는 측면보다 명예를 존중하는 인류 보편 정신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우키요에의 미(美)/고바야시 다다시 지음 이세경 옮김/304쪽 2만원 이다미디어

우키요에 거장 12인의 생애와 작품을 시대 배경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 입문서다. 우키요에는 18∼19세기 에도(도쿄의 옛 이름)라는 특정 도시에서 우키요(浮世), 곧 ‘이 세상’의 풍속을 소재로 하나의 유파를 형성했던 화가들의 그림이다(일본어로 우키요는 ‘이 세상’ ‘지금의 세상’을, ‘에’는 그림을 뜻함).

근대화로 접어든 신흥도시 에도는 젊고 활기찼으며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수준 높은 서민 문화가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 현재’라는 당세풍(當世風)을 추구하는 우키요에는 자연스럽게 유곽의 모습이나 기녀, 가부키, 스모 등 서민 문화를 많이 표현하게 되었다.

고흐, 모네, 드가 등 서구 인상파 화가들은 우키요에의 강렬한 색채, 과감한 시점 처리, 빼어난 소묘, 현대적 화면 구성에 영향을 받았다. 모네는 열렬한 수집광이었고, 고흐는 복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문을 닫아두고 세계와 소통하지 않았던 19세기 말, 일본은 이미 유럽에 자포니즘(Japonism) 붐을 일으키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접할 수 없던 중요한 우키요에 작품들을 전문가의 해설로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작품 100편의 컬러 도판도 눈요깃감이다. 가쿠슈인(學習院)대 문학부 교수이자 지바시미술관장인 저자는 일본 우키요에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