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2년 카슨 ‘침묵의 봄’ 발표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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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새 어치 굴뚝새 검정지빠귀…. 대체 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밤새 봄을 지저귀던 새들은 더는 울지 않는다. 자연은 소리를 죽였다. ‘침묵의 봄’이 온 것이다….”

해양동물학자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

20세기 환경운동사의 기념비적인 저작은 출판도 되기 전에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1962년 6월 주간 뉴요커에 발췌된 내용이 실리자 화학제조업체들은 “살충제보다 더 독한 여자”라고 흥분했다. 출판사에 압력을 넣었고, 내용을 소개하는 신문과 방송에 광고를 끊겠다고 협박했다.

정부 관리는 비웃었다. “시집도 안 간 노처녀가 왜 그렇게 유전학에 관심이 많은가?”

‘어용학자’도 거든다. “살충제 사용을 금한다면 더 이상 수확을 하지 못하는 ‘침묵의 가을’을 맞게 될 것이다.”

당시 DDT는 만병통치약이었다. 기아와 질병에서 인류를 구한 ‘기적의 물질’은 무차별적으로 뿌려졌다.

1957년 카슨은 친구의 편지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DDT를 대량 살포했는데 죽어야 할 모기는 더 악착스러워지고, 다른 생물이 죽어 가고 있어….”

조사는 4년간 계속됐다. 이때 그는 암과 투병 중이었다.

책의 반향은 엄청났다.

살충제의 독성이 먹이사슬을 타고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에게 흘러들다니. “사람들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마침내 ‘침묵’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지미 카터)

1969년 닉슨 대통령은 환경보호법안에 서명했고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족했다. 이듬해엔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된다. 그리고 그 이태 뒤에 미국 내에서 DDT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제 ‘자연(自然)의 저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996년 실체를 드러낸 ‘환경호르몬’은 카슨이 경고했던 그 ‘무서운 징후’ 중의 하나다.

사람의 체지방에서 250종의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되었고, 이들 물질은 무정자증(無精子症)과 같은 생식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를 송두리째 도둑맞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가 후손들의 내일을 훔치고 있는지 모른다.

“다음 세기는 생태주의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조너선 포릿)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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