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왔다 뇌사상태 比선수…가족들 장기기증 결정 감동

  • 입력 2003년 11월 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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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사랑하고 화랑(花郞)과 태권도의 참 정신을 실천한 우리들의 친구 크롬웰 에르난데스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에서 열린 태권도 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뇌사상태에 빠진 필리핀 선수의 유가족들이 고인의 뜻을 기려 장기(臟器)를 기증키로 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충북 진천에서 열린 ‘2003 세계 태권도 화랑문화 축제’에 참가한 필리핀 선수 에르난데스씨(27·사진)는 지난달 29일 겨루기부문 성인부 남자 플라이급 예선전에 출전했다가 상대 선수의 발 공격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아버지 등 가족들은 에르난데스씨의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슬픔에 젖었다. 하지만 이들은 평소 한국과 태권도를 사랑했던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가족회의를 열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에르난데스씨의 시신은 8일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장기 적출수술을 마친 뒤 9일 다시 진천으로 옮겨졌다. 유가족들은 10일 진천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가진 뒤 충주화장장에서 시신을 화장하기로 했다.

대회를 주최한 진천군은 그가 경기를 하다 쓰러진 ‘화랑관’에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고인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각계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각국 태권도 관계자들은 내년 대회부터 에르난데스씨의 태권도 정신과 봉사정신을 기리는 상(賞)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진천군은 이 제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경회(金慶會) 진천군수는 “화랑의 고장인 진천에서 경기를 하다 쓰러진 에르난데스씨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에르난데스 상’을 제정할 계획”이라며 “평소 태권도를 사랑한 그의 정신을 받들기 위해 각종 사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진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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