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철용/'신도시 개발'과 강남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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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3일 “10년 안에 수도권 신도시 3, 4곳을 더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신도시 건설에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수도권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앞으로 5년 동안 150만가구의 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 이왕 아파트를 짓는다면 10만평짜리 단지 10개보다 100만평짜리 신도시 하나가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여기에 필요한 대규모 택지를 마련하는 차원이라면 신도시 추가 건설은 수긍할 만한 방안이다. 하지만 ‘강남을 대체할 도시를 세우겠다’는 생각이라면 성공 여부가 불안하다.

정부는 줄기차게 신도시를 앞세워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를 꺾으려 했다. ‘강남 대체 신도시 건설’론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강남 아파트 값은 1990년대 초 5대 신도시 입주 시기와 외환위기 직후를 빼놓고는 탄탄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강남의 턱 밑에 조성된 분당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단적인 사례다. 분당신도시 분양 초기 강남에서 옮아간 인구는 분당 전체 거주자의 6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10년도 못 돼 상당수가 유턴을 했다. 교육과 교통 여건에서 강남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강남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30여년 동안 개발되고 정비돼 왔다. 그 결과 교육 교통 문화 등 생활여건 면에서 수도권 최고의 요지가 됐다. 대체도시를 건설해 강남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안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차라리 강남에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방법을 쓰는 건 어떨까.

한 예로 강남 지역의 용적률을 높여 고층아파트를 실컷 짓도록 할 수도 있다. 아파트 공급이 늘고 주거 여건이 나빠지면서 강남 아파트 값이 한풀 꺾이지 않을까? 이런 식의 하향평준화가 어렵다면 차라리 강남 투기 열풍이 제 풀에 스러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차선책이다.

모든 신도시들이 ‘강남의 들러리’일 필요는 없는 일이다. 강남 눈치 보지 말고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자족적인 도시로 내실 있게 키워나가야 한다. 멀리 보면 그것이 강남에 대적할 만한 경쟁도시를 육성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이철용 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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