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제비가 논어를 읊다?

  • 입력 2003년 6월 13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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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의 오수도. 사진제공 효형출판
이재관의 오수도. 사진제공 효형출판
《“제비는 ‘논어’를 읽을 줄 안답니다. 그래서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고 말하지 않습니까?”이것은 조선시대 문인인 유몽인(柳夢寅)이 조선 사람은 어떤 경서(經書)를 읽느냐고 묻는 중국 사람에게 농담 삼아 했다는 이야기다. 조선에서는 새들도 경서 하나쯤은 읽을 줄 안다며 유몽인이 인용한 구절은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제비가 논어를 읽었을 리 없건만 이 구절을 빨리 읽다 보면 제비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1, 2)/정민 지음/1권 299쪽 2만2000원 2권 271쪽 1만9000원 효형출판

“제비는 ‘논어’를 읽을 줄 안답니다. 그래서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화암의 '쌍연도' 사진제공 효형출판

이것은 조선시대 문인인 유몽인(柳夢寅)이 조선 사람은 어떤 경서(經書)를 읽느냐고 묻는 중국 사람에게 농담 삼아 했다는 이야기다. 조선에서는 새들도 경서 하나쯤은 읽을 줄 안다며 유몽인이 인용한 구절은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제비가 ‘논어’를 읽었을 리 없건만 이 구절을 빨리 읽다 보면 제비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한양대 교수인 저자는 새의 소리를 빌려 시정(詩情)을 표현하는 금언체(禽言體) 한시를 공부하다가 새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 중국, 일본에서 새에 관한 책을 사들였을 뿐 아니라 새소리 녹음테이프를 구해 들었고 세계의 새 그림우표도 600여장이나 모았다.

그는 새에 관한 글을 써서 한 편 한 편 인터넷의 ‘파랑새 야생조류 동호회’(megalam.co.kr/www_megalam/withyou/005_club/004_bluebird/)에 올렸고 동호회 회원들은 글을 읽고 오류를 잡아주기도 했다. 한시 연구 전문가인 저자가 이 책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조류전문가와 애호가, 조류사진작가, 전통회화 전문가 등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다시 ‘새’를 중심으로 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운치 있고 정감 넘치는 글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 의리를 아는 닭, 재롱둥이 앵무새, 안분자족(安分自足)하는 메추리, 수다스러운 꾀꼬리 등 36종의 새에 관한 옛글과 그림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학은…태어나 세 살이 되면 정수리가 붉어진다. 일곱 살에 잘 난다. 또 7년이 지나면 열두 때를 맞추어 운다. 예순 살이 되면 새 깃털이 나온다. 진흙에도 더럽혀지지 않는다. 백예순 살에 암수가 서로 마주 보는 것으로 잉태한다. 천육백 살이 되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선태(仙胎)가 이루어져 신선의 탈것이 된다. 목이 길고 조심스러워 잘 울고, 거북 등에 자라 배를 한지라 춤을 잘 춘다.” (‘상학경(相鶴經)’ 중에서)

허황된 이야기인 듯도 하지만 학을 신성시했던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이런 글부터 고고한 학을 곁에 두고 싶은 욕심에 잡아온 학의 깃을 자르고 마당에서 사육한 ‘동물학대’의 이야기까지 새와 관련된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새를 통해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이웃 수탉에 의해 남편이 죽자 정조를 지키다가 복수를 하고 자살한 닭, 벗이 죽자 슬피 울다가 지쳐 목이 메어버린 거위, 충성스러운 보초 기러기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큰 화를 당한 기러기 무리 등 새를 통해 인간을 경계했던 당시 사람들의 의식을 읽을 수 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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