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람은 어떻게 죽음을…'죽음은 자연의 섭리

  • 입력 2003년 5월 30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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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384쪽 1만2000원 세종서적

언젠가 내가 몸을 떠나고, 몸도 나를 버린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의 시계는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구한테나 어김없이 차례가 돌아오는 죽음은 자연의 법칙이다. 이 책은 죽음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죽음을 삶의 아름다운 종착역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 나간다.

저자는 40여년간 무수한 죽음을 지켜본 미국의 저명한 의사.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임종에 이르는 과정을 관찰한 기록을 의학적 에세이로 오롯이 담아내면서 삶과 죽음의 바른 의미를 깨칠 수 있게 도와 준다.

이 책은 암, 치매, 뇌중풍 등 대표적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낯선 의학적 내용이 담겨 부담스럽긴 하지만, 저자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 쓰려고 노력했다. 특히 노인이나 불치병 환자에 대한 과도한 진료가 이뤄지는 ‘진짜’ 이유가 병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어보려는 의사들의 ‘도전의식’에 있다는 저자의 냉철한 자기반성이 돋보인다.

죽음이 지닌 위대한 존엄성은 죽음 전의 인생이 얼마나 고귀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16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타인이 그대에게 자리를 내준 것처럼 그대 역시 타인에게 자리를 내주라’며 평생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로 마지막 순간을 쉽게 받아들이자고 했다.

이 책에선 여러 죽음이 대비된다. 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저자의 친형. 치료가 불가능하고 남은 시간이 없음을 알면서도 저자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형은 곧 회복되리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49세의 한 변호사는 암으로 죽어가는 자신의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성탄절마다 파티를 열었던 그는 마지막 성탄절도 변함없이 친구들을 초대했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성대한 파티를 치러낸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알아? 죽기 전까진 최대한 재미있게 살아야 된다고!”

불필요한 치료를 하면 할수록 영혼이 빠져나갈 출구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내게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을 때 생을 좀 더 연장하기 위한 헛된 노력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공연한 고통은 더더욱 받지 않을 생각이다.’ 이것이 저자가 마음에 간직한 ‘진정한 희망’이다. 죽음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내가 지금껏 들었던 불가사의 중 제일로 이상한 것은 인간이 죽음을, 때가 되어 찾아드는 필연적 종지부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중에서)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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