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브로드웨이 뮤지컬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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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5.3달러, 무대 담당 6.9달러, 광고 11.2달러.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마 미아’의 로열석 티켓 값 100달러를 분야별 몫으로 나눈 돈이다. 생생한 춤과 노래를 선사하는 배우들보다 무대를 스펙터클하게 움직이는 기술 인력들이 더 많이 번다. 세계의 관광객들을 유혹해야 하므로 광고에도 꽤 돈을 쓴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예술과 환상적 테크놀로지 그리고 마케팅의 만남이라는, 가장 미국적 문화상품다운 수입 배분이다. 이에 비해 적은 돈을 받는 쪽이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다. 2달러 정도. 그럼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가는 측은? 작가도, 연출가도 아닌 제작투자자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은 24.75달러를 챙겨간다.

▷뉴욕이 자랑하는 브로드웨이거리가 지금 캄캄하다. ‘마마 미아’는 물론 ‘라이언 킹’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뮤지컬 18편 가운데 ‘카바레’를 제외하고는 7일부터 극장문을 닫아버렸다. 직접적 원인은 제작자측이 발달된 컴퓨터음악을 활용해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자고 한 데 있다. 오케스트라 조합이 발끈해 집단파업을 선언했고 여기에 배우조합과 무대조합도 동업자 의식을 발휘했다. 한마디로 하면 돈싸움이다.

▷하지만 제작자도, 연주자도 결코 ‘돈’이라는 노골적이고도 민망한 말은 꺼내지 않는다. 예술가임을 자부하는 연주자들은 “이건 예술성 침해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제작자들은 “반드시 일정한 수의 연주자를 써야 한다는 규정은 제작자의 창의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중재에 나섰다가 실패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나 시민들의 걱정도 결국 경제로 모아진다. 뮤지컬은 한 해 40억달러씩을 벌어 주는 관광상품이기 때문이다. 레스토랑과 호텔, 택시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파업이 주말까지 계속될 경우 추정손실액이 자그마치 5000만달러다.

▷브로드웨이의 파업은 컴퓨터와 테크놀로지에 밀려나는 예술과 인간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 제작자 말마따나 컴퓨터음악이 생음악 못지않은 소리를 내는 건 맞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현장음악을 고수해야 한다는 연주자들의 고집은 산업혁명 초기 기계를 때려부수던 러다이트운동을 연상케 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오케스트라를 기계음으로 바꾸자고는 아무도 주장하지 않듯, 연주자들도 차원 높은 예술성으로 무장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제 어떤 곳에서든 쫓겨나지 않으려면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휴먼 터치’를 품지 않으면 무의미해지는 분야를 찾아야 할 모양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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