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때 비리 연루자 변호사 활동 제한해야”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12분


공직에 있는 법조인들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물러난 뒤 손쉽게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 고위간부들이 각종 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법조인 공직자들의 비리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법조인들이 대규모로 비리에 연루된 첫 사례는 99년 대전 및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으로 당시 옷을 벗은 판검사들은 대부분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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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에 공직에서 파면 혹은 해임됐을 경우 최장 5년까지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있지만 판검사에 대해서는 탄핵이 아니면 면직이나 정직처분 조치밖에 내릴 수 없어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개업 후 고위직 출신임을 이용해 수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맡는 경우도 많다. 일단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 편법 변론 등에 대한 제재도 거의 받지 않는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의 경우 올 2월 선임계도 내지 않고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사건의 전화변론을 해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 변호사규칙 위반이었지만 대한변협은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하고 끝냈다.

대한변협은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 2000년 변호사법을 개정해 변호사 등록심사위원회를 통해 자격 여부를 사전에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공무원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았거나 직무에 관한 위법 행위로 인해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활동에 현저히 부적당한 자’에 대해 2년 동안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 법 개정 이후 변호사 등록이 거부된 사례는 1건도 없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는 “변호사의 공익적 성격과 의무 등에 대한 변호사단체와 국민의 인식차가 크다”며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윤리규정 마련과 집행을 통해 변호사 개업이나 활동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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