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이철우/한탄강댐 건설 백지화해야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43분


월드컵과 지방선거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한탄강에서는 어이없는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지질조사를 명목으로 관할기관인 포천군에는 통보도 하지 않고 산림을 마구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있으면 장마철이고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런 불법을 알면서도 왜 지질조사를 하는 것일까.

첫째, 한탄강댐 추진 의사를 보여주기 위한 시위용이다. 한탄강댐 추진은 지난 2년 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계획 자체의 부실함 때문에 몇 차례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아직도 보완 중에 있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환경부의 계속되는 보완 지시에 따라 공사 확정이 늦어지면서 금년도 예산이 자동적으로 불용 예산이 되었고, 내년도 예산이 기획예산처에서 심의 중인데 이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자원공사는 턴키방식이라는 명목으로 설계입찰을 위한 지질조사를 기업들에 실시토록 했고 이 때문에 불법 훼손이 저질러진 것이다.

둘째, 한탄강댐의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이의 제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수자원공사의 발상이다. 임진강 유역의 수해 방지를 위한 총 사업비 1조6000억원 중 한탄강댐 건설에 1조원 가까운 비용이 들면서도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자 한탄강댐을 두고 점점 주민과 시민단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월 발표된 총리실 재검증보고서에는 조사단 전원이 철저한 재검토 의견을 냈고 그 중 2명은 타당성이 없다며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수자원공사는 부랴부랴 기본계획서를 수정하게 되었다.

한탄강댐은 홍수조절 전용댐이다. 이는 홍수조절능력이 핵심이라는 얘기인데 이를 부풀리기 위해 기존에 사용했던 100년 빈도의 2일 확률 강우량을 철원의 경우 499㎜에서 568㎜로 늘리고 다른 지역도 10∼20% 늘려 짜맞추기 형식으로 기본 계획서를 수정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 심의 중에 있는데 이는 당초 작성한 기본계획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가 무의미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1조원이나 드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수자원공사가 자신의 이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지금이라도 불법훼손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지시 묵인한 포천군과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탄강은 현무암 계곡으로 이루어진 귀중한 자연 유산이어서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임진강 치수는 유역 면적의 62%를 차지하는 북한지역까지 포함해 남북이 공동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유량이 전체의 15.8%에 지나지 않는 한탄강은 실질적인 조절능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결국 홍수 조절능력과 경제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한탄강댐 건설 대신 하류의 여수로 건설과 제방 축조, 그리고 남북공동치수로 기본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한탄강은 생태 관광지역으로 잘 보존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계획일 것이다.

이철우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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