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주명룡/50대, 연령차별에 당당히 맞서라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34분


지금 한국에서는 매일 1500명이라는 인원이 50대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에서 50대가 된다는 것은 이제 장·노년의 생활을 생각해보고 사회 경제적으로 그들이 갖는 자리는 어디인지 깊이 고민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먼저 노령화 사회로 진입한 미국의 장·노년층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 사회 장·노년층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듯 싶다. 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나름대로 축적된 경제력을 확보한 미국의 장·노년층은 50대를 앞날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그들만의 가치관을 만들어 나가는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점잖게 말하면 인생의 황혼기요, 속된 말로 하면 퇴물 취급을 당하는 판이다. 옛날 안정적인 직장의 상징이었던 은행을 한번 보자. 40대 은행장이 취임하면서 그 밑에 50대 지점장을 보직도 없는 곳에 몰아넣고 빨리 나가주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아니다. 나갈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주변을 한번 살펴 보라.

일반 회사로 가면 이런 분위기는 40대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학적인 능력 평가나 인사시스템도 없이 막연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조기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퇴출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연령 차별’이다. 미국 은퇴자협회를 창립한 에텐 페르시 엔드루는 “늙는다는 것은 상상력의 허구”라며 “수많은 장·노년들은 각자가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독특하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장·노년층이 한번 새겨 볼 말이 아닌가. 10년 뒤인 2012년이 되면 인구 4명중 한 명은 장·노년이다. 지금 신문을 보고 있는 당신일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아무런 저항없이, 준비없이 그대로 물러설(은퇴)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 남은 인생을 준비할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당신의 경력을 소중히 여겨라. 그리고 경력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 재정 건강 등의 마스터플랜을 차근차근 준비하라. 그리고 명백한 ‘연령 차별’에 당당히 맞서라.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 장·노년 사회를 맞는 개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준비이자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우리 협회가 제시한 ‘고령자고용촉진을 위한 법령 및 운용 기선제안’을 적극 검토 수용해 장·노년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기틀로 삼아야 한다.

장·노년 사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4월8일 필자가 다녀온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세계노령화 NGO 대회’에서는 무려 116개국이 앞으로 다가올 노령화사회의 다양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둘러싸고 머리를 맞대고 숙의했다.

개인의 문제이자 국가의 숙제, 그리고 국제적 이슈가 된 장·노년층의 문제는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혈연 지연 학연의 낡아빠진 연고주의로도 모자라 연령 차별이라는 편견과 그릇된 생각을 보탠다는 말인가.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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