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적론 삭제 신중해야

  • 입력 2002년 4월 28일 19시 27분


정부가 2002년 국방백서 발간을 한달 앞두고 그동안 사용해 온 ‘주적(主敵)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주적론’을 그대로 둘 경우 북한 군부의 반발로 경의선 연결공사 등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적론’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선 경의선 연결을 비롯한 남북한 사업들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주적론’ 삭제나 대체는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한반도의 안보에 직결된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주한미군사령관에 지명된 리언 러포트 중장은 26일 미 의회증언을 통해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50㎞북방까지 100만명이 넘는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서울을 겨냥한 1만기 이상의 화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태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적론’문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북한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적화통일을 포기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재작년 한 차례로 끝난 남북국방장관회담도 북측의 거부로 재개되지 않고 있다. ‘주적론’ 삭제나 대체에 상응할 만한 북한 내부의 변화가 전혀 없는 데다 군사관련 대화에도 북측은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군의 사기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주적론’을 삭제하거나 대체할 경우 군 내부에서 일어날 안보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스스로도 “주적 표현의 삭제나 대체 등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는 데 정부 일각에서 그런 작업을 추진 중이라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항상 북한에 끌려만 다닌다는 비판이 일고 남남(南南)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주적론’ 문제는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진 후 상호주의 입장에서 논의되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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