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황재성/오피스텔 ‘묻지마 투자’ 큰일날라

  • 입력 2002년 2월 21일 17시 30분


황재성 / 경제부
황재성 / 경제부
최근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너무 뜨겁다.

모델하우스가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다 팔려나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인데도 밤샘 줄서기를 하는 청약자도 있다. 분양업체 관계자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오피스텔 시장이 달아오른 데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아파트분양권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여윳돈 투자자들이 세무조사를 피해 오피스텔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업체들이 통상 분양가의 20%를 받던 계약금을 5∼10% 수준으로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대출 알선 등을 통해 초기 투자금 부담을 대폭 낮춘 것도 투자 열기를 부추긴 요인. 500만원만 있으면 1억원짜리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되자 한꺼번에 3∼5실을 계약하는 큰손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모델하우스를 보지 않고 계약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다. 이런 투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 재테크의 불변의 진리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다. 오피스텔은 일반적으로 분양에서 입주까지 평균 2년 정도 걸린다. 이 사이에 시행사나 시공업체가 부도날 경우 어떤 법적 보호도 기대할 수 없다.

분양업체가 제시하는 투자수익률은 믿기 어렵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오피스텔의 대체 주거 상품으로 꼽히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집중 공급됐다. 게다가 최근 분양 열기를 타고 업체들이 공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올 1·4분기(1∼3월)에 공급될 물량이 2000년 한해동안 공급된 물량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 이는 2년 뒤 공급 과잉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임대수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입주 뒤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최소한 10% 이상의 투자수익을 기대해도 좋다’는 분양업체의 말은 의례적인 광고일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황재성<경제부 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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