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감자를 심는 것은 인간의 욕망일까? '욕망의 식물학'

  • 입력 2002년 2월 15일 17시 41분


◇ 욕망의 식물학/ 마이클 폴란 지음/ 339쪽 1만2000원 서울문화사

벌들이 윙윙대고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선 정원에서 문득 떠오른 의문. ‘이 정원에서 인간의 역할과 벌의 역할 사이에는 어떤 실존적 차이가 있을까.’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정원을 옮겨 다니며 꽃수술대를 집적거리는 벌은 분명 스스로를 정원의 주체로 여기고 꿀을 얻기 위해 자신이 파헤쳐 놓은 꽃을 객체로 여길 터이다.

그러나 이는 꽃의 관점에서는 착각이다. 꽃의 입장에서는 자기 대신 꽃가루를 다른 꽃들에게 옮겨 주도록 벌을 교묘히 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움직일수 있는 벌을 상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꽃의 교묘한 생존전략이라고나 할까.

이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문득 자신의 정원에 심고 있는 감자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특정한 감자를 심게 한 것은 내 스스로의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감자가 나를 조정해서 일까.’

감자는 오랜 세월 동안 잉카인에 의해, 아일랜드인에 의해, 심지어 맥도널드에서 감자튀김을 주문하는 사람들에 의해 크기와 맛이 선택되어 왔으며, 감자 스스로는 인간의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식물이 세상을 보는 관점. 이 멋진 화두를 풀어가기 위해 작가는 생물학, 철학, 미학, 역사학, 문학, 생명공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역사와 맞물린 식물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식물과 관련하여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역동적으로 종횡무진 하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탄력적인 문장들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야생의 자연에 대해 인간이 미치는 영향력은 불완전하다. 인간이 떠나버린 야생의 자연에서 식물들은 새로운 협력자를 찾아 진화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식물이라도 곧 야생의 길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그것은 식물들의 진화사(進化史)에서 늘상 있어왔던 사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아직도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는 지독히 오만한 생물종인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야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차 윤 정(경원대강사·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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