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조성원 ‘공포의손톱’…“길어야 슛 잘돼”

  • 입력 2002년 2월 4일 17시 49분


《정규리그만 5개월 가까이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프로농구. 그렇다보니 기혼선수들은 ‘아내보다 동료선수들 버릇을 더 잘안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듯 자주 접하다보니 ‘누구앞에선 이걸 조심하라’ ‘누가 이걸하면 이기더라’라는 ‘괴담’이 선수들 사이에 퍼져있다. 프로농구판에 떠도는 괴담을 모아본다.》

정규리그만 5개월 가까이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프로농구. 그렇다보니 기혼선수들은 ‘아내보다 동료선수들 버릇을 더 잘안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듯 자주 접하다보니 ‘누구앞에선 이걸 조심하라’ ‘누가 이걸하면 이기더라’라는 ‘괴담’이 선수들 사이에 퍼져있다. 프로농구판에 떠도는 괴담을 모아본다.

▽‘힉스가 뒤따라오면 뒷통수를 조심하라’〓동양 오리온스가 지난시즌 꼴찌에서 올시즌 일약 1위를 달리고 있는데는 마르커스 힉스가 단연 일등공신. 그가 가장 걸출한 플레이를 보이는 부분은 블록슛. 힉스는 지난 3시즌동안 블록슛왕을 지낸 재키 존스를 뒤로한 채 경기당 평균 3.13개의 블록슛을 터뜨려 최고의 ‘거미손’을 자랑하고 있다.

공만 위로 튀어오르면 팔을 내밀어 휘젖는 탓에 종종 힉스는 보기좋게 상대선수 뒷통수를 때리곤 한다. 잘 한번 눈여겨 보시라. 동양과의 경기에선 속공찬스에서도 뒤에 힉스가 따라오지 않나 상대선수들은 뒤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왜? 뒷통수를 맞을까봐.

▽‘조성원이 수비파트너라면 그날 온몸에 생채기 날 것을 각오하라’〓자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슛타임으로 귀신처럼 3점슛을 쏘아올리는 ‘캥거루슈터’ 조성원(LG). 그를 수비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그에게 수비를 당하는 것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 조성원의 징크스는 손톱. 손톱이 길어야 ‘슛발’이 제대로 받는다는 그가 경기가 없는 날 하는 일이 바로 손톱다듬기. 줄칼로 쓱싹쓱싹 갈아세운 손톱이 상대선수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한번만 스쳐도 팔뚝에 생채기가 나기 때문.

▽‘문경은이 왼손으로 드리블하면 그냥 나둬라’〓소나기골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람보슈터’라고 불리는 문경은(SK 빅스). 그는 3일 국내프로농구사상 처음으로 3점슛 700개를 돌파했다. 그의 외곽슛 실력이야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골밑돌파 능력. 그가 스스로 챔피언팀인 삼성을 떠나 SK 빅스로 둥지를 옮긴데는 돌파를 주문하는 김동광감독과의 마찰도 크게 작용했다.

문경은의 돌파할 때 버릇은 왼손으로 드리블하며 왼편으로 들어갈 것처럼 한번 페이크동작을 한다음 오른쪽으로 나가는 것. 이를 간파한 상대수비수가 오른쪽만 막고 있으면 된다. ‘문경은은 왼쪽으로 드리블 세 번만 치면 공이 딴데로 튄다’나.

▽‘서장훈이 덩크슛을 터뜨리면 그날은 지는 날’〓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국내 최장신 센터 서장훈(SK 나이츠)의 덩크슛을 자주 볼 수 없어 농구팬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서장훈은 덩크슛을 아주 잘한다. 다만 자제할 뿐이다. 그는 “왜 덩크슛을 하며 쓸데없이 힘을 빼요?”라고 반문한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선 체력을 아껴 수비 등 다른데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 4시즌동안 서장훈이 터뜨린 덩크슛은 고작 20개뿐으로 시즌당 평균 5개꼴. 문제는 서장훈이 덩크를 선뵈는 날은 게임에서 진다는 것.

서장훈이 덩크슛를 터뜨려서 팀이 지는 것이 아니라 서장훈이 덩크슛을 터뜨릴 만큼 열받았기 때문. 서장훈이 체력안배도 잊고 덩크슛으로 화풀이할만한 정도로 이성을 잃었으니 게임이고 뭐고 다 끝났다는 것이다. 2일 심판의 판정이 애매하게 진행된 SK 나이츠와 동양경기에서도 서장훈은 화려한 투핸드덩크슛을 터뜨렸다.하지만 팀은 참패했다.

▽‘김승현 앞에선 드리블할 생각을 말아라’〓이번 시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루키 김승현(동양) 앞에선 선수들이 빨리 패스하고 싶어 동료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왜? 하도 날쌔게 손을 뻗어 볼을 가로채는 통에 어이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포인트가드의 주업인 어시스트(평균 7.97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승현은 가로채기에서도 평균 3.36개로 수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초기보다 가로채기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신인이라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상대선수가 많이 당했지만 시즌 종반으로 다가서자 많이 적응된 탓. 그러자 김승현은 상대 패스길 차단에 나서 또다른 가로채기 재미를 보고 있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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