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우궈광/중국 외교전략 ‘바꿔 바꿔’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0분


9·11사태 이후 중국 주변을 포함한 국제 전략적 정세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략 변화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주변의 정세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그 영향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상하이(上海) 협력기구’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안정이라는 현저한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9·11사태 이후 이 기구는 내부결속력이 제한적이고 중국이 주도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아프간戰뒤 접경외교 위축▼

아프간전쟁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이 지역의 정치적 동요와 불안을 돌출시켰다. 비록 낙후됐으나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던 중국의 서북변경지역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쟁위기가 잠복한 전선으로 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서부 대개발로 경제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던 중국이 바라던 일은 결코 아니었다.

러시아의 전략 조정은 중국 외교에 더 큰 충격이었다. 9·11사태 후 러시아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측에 더 가까워졌다. 이는 러시아와 협력해 미국을 견제하고 세계 다극화 질서를 이루려던 중국에 심각한 타격이었다.

중-러 우호관계는 중국에 있어 북부 접경지역의 안정 등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러시아의 대서방 접근은 비록 중-러 양국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강대국간 권력게임에서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크게 약화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 탈퇴하고 러시아가 이를 묵인한 데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을 구실로 아태지역에서의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2001년 10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비록 온화한 태도로 맞았지만 일본의 최근 변화에 대한 중국의 불안과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대서남아 외교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과 파키스탄이 관계를 개선한 것이다. 중국에 있어 파키스탄은 서남아 외교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었던데 반해 인도는 가장 우려되는 나라였다. 다행히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대가로 중국과의 관계를 경시하지는 않았으며 미국도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파키스탄과 가까워지기 위해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 발전을 늦추거나 중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말해 9·11사태와 그 이후의 사태 전개는 중-미관계를 호전시키고 외국자본의 중국유입 등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중국의 외교환경에는 여러 가지 불리한 변화를 초래했다. 미국과 같은 글로벌 파워가 아니라 지역적 파워인 중국으로서 이 같은 변화는 자국의 외교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국은 크게 세 방면에서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우선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접근이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2001년 11월 중국과 ASEAN이 향후 10년 내에 자유무역구 및 동맹을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동남아 지역과의 경제협력에서 중국이 일본과 한국을 앞서게 하는 한편 중국의 ASEAN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의미한다.

중국 서북부 변경의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남쪽 변경의 안정은 중국에 큰 의미가 있다. 동남아와의 협력강화는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동남아로 향하고 있는 대만의 남향(南向) 전략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대만경제의 전략적 선택공간을 좁게 함으로써 서부 대개발에 동참하는 등 대중국 의존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2001년 12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미얀마 방문이다. 미얀마는 서방국가에 비해 중국에 훨씬 친밀한 나라다. 또 동남아국가들과 인접해 있으며 인도 등 서남아와도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미얀마와의 관계 강화는 동남아와 인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아세안-동남아 입김강화 주력▼

마지막으로 중국은 아프간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한 것이나 연초 상하이(上海)협력기구 외무장관 회담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것도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에 파키스탄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나아가 아프가니스탄도 이 기구에 참여시키겠다는 게 중국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구상이다.

우궈광 홍콩중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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