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해장술 한잔두잔…몸 더 축난다

  • 입력 2002년 1월 16일 17시 11분


<<주당의 세계에서는 온갖 검증되지 않은 속설들이 술과 사람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요즘처럼 감기가 유행일 때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한잔 쭉 들이키면 ‘뚝’이야”, 전작(전작)의 후유증 때문에 정신없어할 때는 “술은 원래 술로 푸는 법”이라면서 술잔을 돌리는 이들이 흔하다.
수천년 음주문화 속에서 나온 ‘생활의 지혜’인 양 그럴 듯하게 나가오는 이 많은 속설들은 사실일까. 주당들은 이를 믿는 것인가, 아니면 속아주는 것일까.
술 관련 인터넷 사이트 ‘이소주 코리아’(www.e-soju.co.kr)의 회원 434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와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홍명호(홍명호)교수의 도움을 받아 술에 관한 대표적 속설 10개를 해부했다.>>

◆O,X로 풀어보는 술에 관한 속설

▽감기엔 고춧가루 탄 소주가 특효약〓무려 4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널리 퍼진 민간 요법의 하나임을 반증하는 셈. 실제 고춧가루나 소주는 땀을 내게 해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는 이는 상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땜질식 처방. 홍 교수는 “감기는 안정을 취하고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을 취하면서 실내 환기를 시키는 게 최고”라며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타먹으면 어쩌다 감기를 나을 수는 있는데 소주는 아니다”고 말했다.

▽술꾼은 정력이 세다〓술을 마시면 성욕은 증가하나 능력은 떨어진다는 게 정설. 이번 조사에서도 주당들 대부분(73%)은 술로 정력이 세지지는 않는다고 응답했다. 의학계에서는 대뇌로 전달되는 성적 자극이 무감각해져 오르가즘을 느끼기가 어려운데다 성적 무능력자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술은 마실수록 는다〓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실제 경험상으로 이 속설을 믿고 있었다(73%가 동의). 실제 반복해서 술을 마시는 이들에게 술분해 효소가 늘어난다. 적어도 간 기능이 나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자는 빨리 취한다〓여자는 남자보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선천적으로 적어 남자보다 같은 양의 술을 먹어도 빨리 취한다. 체구가 작은데다 체내에 수분이 적은 것도 한 이유. 남자보다 알코올로 인한 간 질환이 발생하기 더 쉽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술집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그렇다’와 ‘아니다’가 46대 54로 팽팽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뒤끝이 깨끗하다〓일종의 착시현상. 술은 약한 술이건 독한 술이건 한잔의 효과는 거의 비슷하다. 맥주 한 잔이나 위스키 한 잔에 함유된 알코올의 양은 비슷하다. 다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통상 불순물 함유량이 적은데다 값이 비싸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에 뒤끝이 깨끗하다고 느낄 수는 있다.

▽커피나 콜라를 마시면 술이 빨리 깬다〓커피나 콜라의 카페인 성분은 숙취의 주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시키는데 무용지물이다. 각성효과로 1% 정도 술이 깨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페인 해독이라는 추가 부담을 간에 안겨주기 때문에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 녹차나 감나무잎차 등이 좋고 없으면 물이나 우유가 낫다.

▽숙취에는 해장술이 최고다〓해장술 한 잔에 깨질 듯한 머리의 통증이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바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추가로 먹은 알코올이 폭탄이 돼 온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의사들은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의 하나로 해장술을 꼽기도 한다. 그럼에도 30% 가까운 이들이 해장술의 효과를 믿고 있었다.

▽낮술이 밤술보다 빨리 취한다〓66%가 낮술이 빨리 취한다고 응답했고 실제 빨리 취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는 낮과 밤 차이 때문이 아니라 통상 낮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먹기 때문이다. 술이 취하는 것은 알코올의 양과 섭취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건강하다〓음주 뒤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거나 부족하다는 증거다. 붉어지는 사람은 통상 숨이 빨리 찬다. 몇 잔에 얼굴이 붉어지면 과음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토하고 싶은 때는 토하는 게 좋다〓나오는 것은 참을 필요가 없지만 억지로 토하지는 말라는 게 의사들의 충고다. 기도를 막거나 위장과 식도 부위의 혈관이 찢어져 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 또 위산 때문에 식도염이 생길 수도 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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