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박성희/‘페어플레이’ 기획기사 돋보여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17분


신년을 여는 신문은 잘 차린 잔칫상처럼 풍성하다. 각종 아이디어 수집과 오랜 회의 끝에 채택된 기획기사들이 읽을거리를 더한다. 새해를 맞는 신년주제에는 신문사의 포부와 희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

동아일보의 신년 화두는 ‘페어플레이’다. 월드컵, 대선, 지방선거가 몰려 있는 올해에 매우 걸맞은 주제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점수가 평균 42.5점’(1일자 A1면), ‘국민의 9할이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대답’(9일자 A6면) 등의 여론조사 보도는 숫자가 던지는 섬뜩함만큼이나 심각한 메시지를 담은 기사였다. 6회에 걸친 ‘페어플레이 2002’ 기획기사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만연한 불공정 사례들을 파헤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론조사 설계가 두루뭉수리해서인지 정밀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정밀도가 낮은 점, 기획기사의 경우 사회 전반을 넓게 훑다보니 상대적으로 예리함이 떨어진 점이다.

새해 들어 단행된 지면 개편에서는 국내외 언론의 공통된 경향인 ‘연성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정보의 다변화는 독자 입장에서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신문은 다변화된 정보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이나 방송 등 다른 매체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해설, 논평, 비판 기능을 강화해 보도의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 사설을 A2면으로 전진배치하고 오피니언 면을 강화한 것 등은 이런 맥락에서 신문의 무게 중심을 잡는 바람직한 변화였다.

섹션면의 지나친 연성화는 본면과 섹션면의 간극을 넓혀 신문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 지면 전체의 지나친 연성화를 지양하면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딱딱한 주제라도 읽기 쉽게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주말독자를 겨냥해 신설된 ‘WEEKEND’ 섹션의 프런트 면 ‘20대 보수로 간다’(4일자) 기사는 굵은 트렌드를 참신한 접근과 시원한 편집으로 엮어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이 섹션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다양한 피처스토리(featurized hard news)를 소화해 내길 기대한다.

반면 ‘Kids’ 섹션(9일자)은 다양한 정보의 전달에 머문 감이 있다.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많은 엄마들은 자신의 육아 철학을 다잡거나 고민을 나누어줄 의식 있는 기사를 바란다.

사회가 페어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언론도 제 몫을 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정당당한 승부가 절실히 요구되는 올 한 해, 동아일보가 엄정한 엄파이어(umpire)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필진이 바뀝니다▼

격주로 게재되는 ‘옴부즈맨 칼럼’의 필진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시인이면서 출판사 ‘궁리’ 대표인 이갑수씨,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차례로 본보 지면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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