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6겹 '하이테크공'…과학을 찬다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1시 22분


▼‘피버노바’ 반발-회전력 극대화▼

▽하이테크 축구공〓월드컵의 꽃은 멋진 골. 골이 많이 터져야 관중이 열광한다.

축구공은 공격 축구에 유리하게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이테크 축구공의 등장은 공격수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골키퍼에게는 악몽이었다. 특히 1994년 미국 월드컵은 골키퍼들에게 ‘지옥 같았던’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미세 공기층이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반발력을 높인 ‘퀘스트라’가 등장해 골키퍼를 울렸다.

2002년 월드컵에 쓰일 축구공 ‘피버노바’은 퀘스트라보다 더 공격수에게 유리하도록 플라스틱 속에 미세한 압축 공기방울을 넣고 무려 6겹의 층으로 만들어 탄력, 반발력, 회전력을 극대화했다.

월드컵에서 공식구가 사용된 것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 처음. 이 때 처음 아디다스는 ‘텔스타’라는 가죽공을 선보였다. 이 공이 바로 32조각 축구공의 원형이 된 흰색 육각형에 검은색 오각형 점박이 공이다. 1986년부터 축구공의 소재는 가죽보다 방수성과 탄력이 뛰어난 플라스틱 소재의 인조가죽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하이테크 축구공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축구대표팀은 ‘피버노바’ 10개를 받아 훈련을 하고 있지만 새 공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팀의 골키퍼 김병지는 “마치 비닐로 만든 공처럼 미끄러워 잡기가 어렵고 스피드와 회전력이 훨씬 커져 겁을 냈지만 이제 좀 적응이 된다”고 말했다. 이운재도 “정확한 킥을 날리는 유럽선수들과의 경기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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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 "가볍게 미끄러지지 않게"▼

▽축구화에도 첨단 설계〓월드컵 출전 선수에게 축구화는 생명이나 다름없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독일팀은 아디다스가 설계한 새로운 축구화 덕택에 우승을 건졌다. 이 축구화는 바닥의 징이 착탈식이다. 비가 오면 긴 징을 붙여 미끄러지지 않게 한 것이 비결이었다.

축구화는 가볍고 물에 젖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캥거루 가죽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요즘 축구화는 물성이 뛰어난 인조피혁과 폴리우레탄을 많이 쓴다. 또 공이 닿는 부분에는 실리콘 덧칠을 해 공의 회전을 선수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설계한다.

스포츠브랜드 라이벌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이번 월드컵에 대비한 ‘비밀병기’를 개발해왔다. 우리 대표팀의 축구화 후원사인 나이키는 일반 축구화의 거의 절반 무게인 196g의 ‘머큐리얼02’을 공격수용으로 개발해 프랑스의 슈퍼스타 티에리 앙리가 신고 시험 중이다. 나이키는 벨기에서 활약 중인 설기현에게도 이 축구화를 제공했다.

나이키는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에어 줌 토탈(AZT) 90 II’을 이탈리아에서 수작업으로 특별 제작했다. 카를로스, 피구 등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 홍명보 이영표 유상철 등 우리 선수들도 AZT 90 II를 신고 16강 진출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아디다스는 프랑스 월드컵 때 베컴, 지단 등 스타급 선수들에게 프레더터 액셀러레이터를 제공했다. 이 축구화에는 영화 프레더터에 나오는 외계동물의 피부를 닮은 돌기가 있어 축구공과 축구화가 미끄러지지 않고 강력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아디다스는 이번에 공인 축구공을 제작한 이점을 살려 2월에 새로운 월드컵 축구화를 선보인다.

▼‘바나나킥’ 기압차로 4m 휘어▼

▽프리킥은 과학이다〓월드컵은 국내축구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축구의 천재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절묘한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승부를 좌우한다.

인천대 김규완교수(운동역학)가 최근 축구경기의 득점 양상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98 프랑스월드컵의 세트플레이 득점 비중은 32.2%인 반면 같은 해 국내 프로축구는 20.1%에 불과했다. 반면 수비실책에 의한 득점은 우리가 19.7%인 반면 프랑스월드컵에서는 6.4%였다. 다시 말해 우리팀이 얼마나 프리킥을 잘 차느냐, 수비 실책을 덜 하느냐의 승부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 잉글랜드의 데이비스 베컴,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 선수들은 모두 프리킥의 명수이다. 한국도 황보관 하석주 고종수 등 프리킥 명수가 있다. 국내 한 스포츠신문이 고종수의 ‘바나나킥’을 연속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직선 경로와 비교한 공의 비행 경로가 무려 2.2∼3.1m나 차이가 났다.

바나나킥이 휘는 것은 공기의 흐름이 회전방향과 같은 쪽에서는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압력이 감소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마그누스효과라고 한다. 축구공의 속도를 초속 25∼30m, 회전은 초당 8∼10회로 가정할때 30m 프리킥의 경우 직선 코스로부터 4m나 비켜나 골문을 뒤흔들게 된다. 이 정도면 아무리 유능한 골키퍼도 당해낼 수 없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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