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차관은 15일 열린 금융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개입 수위를 높여 환율 안정을 유도하는 것.
박철(朴哲) 한국은행 부총재도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본적 여건)이 안 좋다는 것을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원-엔 환율이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보다 더 크게 움직이지 않는 한 시장에 맡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이나 박 부총재의 발언을 종합하면 최근의 엔화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은 일단 시장에 맡겨놓고 향후 추이에 따라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이상헌(李相憲) 국제국장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들어와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고(원화가치 상승) 있는 반면 엔-달러 환율은 상승해(엔화가치 하락) 원-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외환시장의 수급과 일본경제 상황을 반영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수출경쟁력. 재정경제부는 엔화가치가 10% 떨어질 때 한국의 수출은 연간 12억달러 줄어든다고 추정하고 있다. 올해 90억∼100억달러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에는 50억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엔화약세가 겹치게 되면 흑자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엔-달러 환율은 14일 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7.4엔, 유럽 외환시장에서 127.96엔으로 상승(엔화가치 하락)하면서 3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 등 일부 투자은행과 일본 정부는 130∼14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9.42엔으로 작년말(1101.5원)보다 9.1% 떨어진 상태.
외환당국은 엔화가치 하락이 현수준에서 멈춰 주기를 바라지만 단기간에 130엔을 돌파할 경우에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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