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엔화 약세, 재경부 당분간 관망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06분


“환율은 시장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투기적 요인에 의해 급격히 움직이면 스무딩 오퍼레이션 차원에서 관리하겠다.”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차관은 15일 열린 금융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개입 수위를 높여 환율 안정을 유도하는 것.

박철(朴哲) 한국은행 부총재도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본적 여건)이 안 좋다는 것을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원-엔 환율이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보다 더 크게 움직이지 않는 한 시장에 맡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이나 박 부총재의 발언을 종합하면 최근의 엔화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은 일단 시장에 맡겨놓고 향후 추이에 따라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이상헌(李相憲) 국제국장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들어와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고(원화가치 상승) 있는 반면 엔-달러 환율은 상승해(엔화가치 하락) 원-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외환시장의 수급과 일본경제 상황을 반영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수출경쟁력. 재정경제부는 엔화가치가 10% 떨어질 때 한국의 수출은 연간 12억달러 줄어든다고 추정하고 있다. 올해 90억∼100억달러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에는 50억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엔화약세가 겹치게 되면 흑자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엔-달러 환율은 14일 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7.4엔, 유럽 외환시장에서 127.96엔으로 상승(엔화가치 하락)하면서 3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 등 일부 투자은행과 일본 정부는 130∼14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9.42엔으로 작년말(1101.5원)보다 9.1% 떨어진 상태.

외환당국은 엔화가치 하락이 현수준에서 멈춰 주기를 바라지만 단기간에 130엔을 돌파할 경우에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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