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영화로 본 미국법의 현실 '이카루스의 날개로…'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40분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을 향해 날다/안경환 지음 효형출판/342쪽 1만원

요즘 젊은 세대에게 영상만큼 효과적인 전달 도구는 없을 것이다. 인문 사회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정신과 의사들도 ‘∼과(와) 영화와의 만남’류로 전문 지식이나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영화평으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낯설지 않게 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법학자가 그런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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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법과 문학 사이’라는 저서를 통해 문학 속의 법을 다뤘던 서울대 법대 안경환 교수(한국 헌법학회 회장)가 영화를 방편으로 법을 풀어냈다. 이 책은 지난해 4월부터 1년여에 걸쳐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에 ‘법과 영화 사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것을 보완해 묶은 것이다.

총 44편의 영화를 6개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대부분 법을 키워드로 시나리오를 쓴 법정영화거나 복잡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 내는 추리영화들이 대상이 됐다. 그리고 모두 미국영화다. 물론 우리가 접하는 영화의 대다수가 ‘메인드인 U.S.A.’이기도 하겠지만 미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하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이기도 한 저자의 경력과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총론적 의미의 법해설서라기보다 미국법과 미국사법제도에 대한 해설서에 가깝다. 배심제도라든가 시민종교로서의 헌법의 역할이라든가 하는 부분은 우리 법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후반부 세 단락으로 넘어가면 ‘법이 눈감은 진실, 법이 말하는 진실’ ‘당대의 과오를 성찰하고 해부하는 법률가’ ‘수치스러운 과거 역사의 심판과 한 사람의 힘’이라는 소제목에서 보여주듯 “타고 남은 초라한 재 속에서 인간의 품위를 지켜주고 영혼을 구제하는 법의 임무”(215쪽)에 대한 본질적 철학적 물음들을 풀어내고 있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저자가 제목으로 뽑은 이카루스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1951년작 ‘젊은이의 양지’ 평에서 비롯된 것이다.

“겁없이 태양을 탐한 이카루스는 날개가 다 녹아내린 후 추락의 순간에 와서야 무모함을 한탄한다. 프랑스 혁명의 격변기 ‘적과 흑’의 줄리앙이 경험했듯이 이러한 도덕적 마키아벨리즘은 잠시 성공하는 듯 하나 끝까지 승리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성찰없는 헛된 욕망의 종착역은 세속의 영락 아니면 도덕적 파탄이다.”(162쪽)

굳이 법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욕망의 허망함을 읽기도 하고 자유 도덕 신념의 문제같은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영화를 통해 던지는 것은 저자의 탁월한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영상세대와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라고 하지만 대부분 영화가 옛날 고전영화나 이른바 작가주의적 성향의 것들이어서 웬만한 영화마니아 아니고서는 영화부터 먼저 봐야 책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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