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서울 이태원 ‘세계 음식문화축제’ 24일까지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36분


16일 낮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거리.

이태원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해밀턴 호텔 방향으로 인도를 따라 각국의 간이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이 곳에서는 15일부터 24일까지 ‘제1회 세계 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몇몇 중년 여성들이 뜨거운 김이 풀풀 나는 중국 만두집 앞에 멈춰 섰다. “어릴 때 먹던 맛하고 비슷하네. 그런데 돼지고기 냄새가 하나도 안 나는데 어떻게 만든 거죠?”

독일식 소시지와 바게트를 파는 독일 코너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온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또 파란 눈의 여성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름이 10㎝ 정도인 이탈리아식 피자를 사들고 다녔다.

‘푸푸’(쌀이나 옥수수를 갈아 만든 음식)라는 생소한 메뉴를 선보인 나이지리아 부스 앞에는 신기한 듯 사람들이 멈춰 서 있었지만 사먹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이번 축제는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와 용산구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주한 외국 대사관들이 지정한 국내의 각국 전통식당들이 참여해 전통음식 중 조리하기 편한 2, 3가지를 선보이는 자리다.

이 곳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텔이나 비싼 음식점이 아니라 외국의 노점에서 파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 재미있고 부담도 없다”며 반겼다. 가격은 대부분 1000∼5000원선.

그러나 처음 열리는 탓인지 준비 부족으로 허술한 점도 눈에 많이 띄었다.

우선 음식 가짓수가 적다는 점. 연합회측은 당초 25개국 ‘대표’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참가국은 15개국에 머물렀다. 그나마 당초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에 문을 연 곳은 전혀 없었고 점심시간에도 문을 연 곳이 절반도 안됐다.

이 곳을 찾은 주부 김애자씨(서울 용산구 보광동)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분위기가 너무 썰렁하다”며 “당초 주최측에서 ‘무료 시식코너도 있다’고 홍보했는데 이 코너는 없었다”고 불평했다.

페루인 관광객 오펠리아 카리유는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지만 안내 팸플릿이나 통역 서비스가 전혀 없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몇몇 가게는 업소 앞에 지저분한 쓰레기통을 내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리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구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곳도 있었다.

연합회측과 구청 관계자는 “처음 갖는 행사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다”며 “내년에는 음식 수를 늘리고 고객들이 지적한 문제점들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회측은 음식을 비롯한 세계 문화축제를 정례화해 이태원을 국제적인 관광 및 쇼핑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이태원에는 3, 4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1만5000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았으나 올해는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미국의 테러참사 이후에는 하루 관광객이 10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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