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윤영철/여권갈등 보도때 선정성 주의해야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신문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는 사건이나 사안을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흥미를 좇는 독자의 욕구에 부응한다. 특히 갈등의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건에 관한 뉴스일수록 보도량은 늘어난다. 여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신문이 여당 내의 집안싸움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권 내의 갈등을 보도하는 형태나 방식이 너무 피상적이고 단편적이었으며 선정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보였다. 여당이 대권주자의 선출을 놓고 정파간 이견을 보이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신문이 갈등 국면을 지나치게 부각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기사의 제목만을 살펴보더라도 “권력투쟁 비화 가능성”(10월29일)에서 “민주 갈등 확산”(10월30일) “격화되는 여 내분”(11월2일), 그리고 급기야는 “여 내분 악화 일로”(11월5일)로 이어져 여권 내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어 갈등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은 관련 당사자들의 동정 및 발언 또는 발표 내용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거나 그들간의 의견 대립을 반복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기사 내용을 꼼꼼히 읽은 독자라면 여당 내 균열이 봉합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이끌어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당권이나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의 의견 대립을 음모론과 역음모론간의 충돌로 몰아가는 보도를 통해 독자의 흥미를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보도는 이미 만연해 있는 정치냉소주의나 정치혐오주의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편 반 테러 전쟁에 관한 보도에서는 미국 당국의 발표문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탈피해 전황에 대한 엇갈리는 진술과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의도가 돋보였다.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에 대해 미국측과는 상반된 주장을 하는 탈레반측의 입장을 보도해 전쟁보도를 접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균형감각을 갖추도록 했다. 10월30일에는 미국의 전쟁 정책을 비판하는 영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그리고 11월5일에는 영국 독일 미국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전시위의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국제여론의 변화기류를 제때에 알려주었다.

앞으로 전쟁이 장기화되어 반전 여론이 비등해질 경우 각국의 언론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미 유럽 각국의 언론은 전쟁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표명하는 자국 정치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싣고 있다. 이는 전쟁에 대한 국론을 모으는 첫걸음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반 테러 전쟁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더 많이 실리기를 기대한다.

윤영철(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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