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아토스’가 떠난 머스킷티어스

  • 입력 2001년 11월 9일 11시 18분


‘서울’ SK 나이츠는 소위 말하는 신흥 강호 팀이다. 팀 창단이후 전력에 비해 잠시 부진을 보이기도 했지만, 99-00 시즌 2연패을 노리던 ‘강적’ 현대 걸리버스(현재 전주 KCC 이지스)를 예상을 깨고 4-2로 누르는 것을 기점으로 팬들이나 농구 관계자들에게 명실 상부한 KBL의 강 팀 중 하나로 인정 받기 시작한다. 올 시즌 역시 ‘서울’ SK 나이츠는 그 강한 전력을 인정 받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우승권에 있는 팀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는 매우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올해의 서울 SK 나이츠가 예년에 비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실제로 경기에서도 약해진 면모를 보여 주고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이 팀의 전력에 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선 ‘3명의 머스킷티어(삼총사:The Three Musketeers)’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번째 선수는 역시 서장훈 선수. KBL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고, 명실 상부한 현역 ‘한국 최고의 선수’인 그는 리그 최고 레벨의 플레이를 항상 ‘꾸준하게’ 보여준다는 점-106경기 출장 평균/24득점/11리바운드/1슛블락-에서 이 팀의 등뼈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구 팬들이 그의 시합에 임하는 태도나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을 가지고 문제를 삼긴 해도 그의 농구 실력에 관해선 전혀 거론하고 있지 않다. 또 말할 이유도 없어 보이며, 적어도 KBL에선 그래왔다. 특히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도록 되어 있는 KBL 규정상 상대팀에선 207cm-실제로는 210cm라는 설이 있습니다-의 장신자인 서의 존재가 항상 골치덩이 일 수 밖에 없고, 다른 팀에 비해 2미터의 ‘주전급’ 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한 나이츠는 매 시합 리바운드나 수비에서 이점을 가진 채 경기에 임하게 되는 거다. 농구에 대해서 조금만 아는 팬이라면 리바운드와 골 밑에서 유리한 채 경기를 펼치는 것이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서장훈의 장점은 또 있다. 다른 일반적인 센터들과 달리 서장훈의 슛팅 레인지는 경이적이다. 대학 시절 연-고전에서 보여준 버저비터에서 연상할 수 있듯, 그의 슛들은 절반 이상이 림에서 4-5미터는 떨어진 곳에서 던진 슛이며, 그 성공 확률도 KBL 통산 58%에 달할 정도로 매우 정밀하다. 서장훈의 이런 능력은 그를 파워 포드로 출장시킬 수도 있게 만드는 그만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장훈이 삼총사 중 ‘포르토스’의 역할을 했다면, ‘아라미스’의 역할을 했던 선수는 로드릭 하니발이었다. 193cm 85kg의 하니발은 KBL 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편견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지닌 선수. “팀을 위하는 플레이(Unselfish Play)”-허슬 플레이, 상대편 에이스의 봉쇄, 결정적일 때의 3점 슛, 팀의 사기를 올리는 덩크 슛-그것이 바로 하니발이 지난 3시즌 연속 나이츠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기록으로 봐도 3년간 통산 평균 18득점/7리바운드/4어시스트/1스틸의 다재다능함을 보였으며, 팀에서 그에게 느끼는 만족감은 당연히 ‘기록 이상(以上)’임은 분명하다.

서장훈과 하니발이 ‘포르토스’와 ‘아라미스’의 역할을 했다면 ‘아토스’의 배역은 누구였을까? 아마도 지금은 팀을 떠난 재키 존스의 몫이었을 거다. SK 나이츠의 ‘청주 전성 시절’ PF 역할을 맡았던 존스는 제이제이(JJ)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팀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선수였고, 그만큼 팀에서 맡은 역할도 가장 다양했다. 그가 경기 중 보여줬던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그 최고 수준의 3점 슛(통산 평균 38%)

-리그 최고 수준의 슛 블록(통산 평2.6개)

-리그 최고 수준의 리바운드(통산 평균 13.3개)

-리그 최고 수준의 스틸(통산 평균 1.7개)

-리그 최고 수준의 포스트 업 능력(통산 평균 18.3득점/58%의 2점 슛률)

-리그 최고 수준(빅맨으로서)의 어시스트(통산 평균 3.6개)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에 대한 투쟁심

기록만 보면 재키 존스의 별명을 이렇게 불러주고 싶다. ‘Total Package(종합 세트)’라고.

아마 이후로도 재키처럼 완벽에 가까운 선수는 없을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제이제이의 이런 ‘다목적’ 기능은 최인선 감독으로 하여금 팀 전술를 짜는데 있어 다양한 옵션을 주게 만들었고, 여기에 ‘달타냥’ 조상현의 득점력과 수비력이 가세하게 되면 그야말로 SK 나이츠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전력을 자랑하게 되곤 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서울’ SK 나이츠는 ‘왜’ 부진을 보이고 있는 걸까?

먼저 재키 존스의 이적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존스가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해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 후 나이츠는 테렌스 무어라는 ‘전형적인’ 빅맨을 구하게 된다. 위에서도 말했듯 기존의 SK 나이츠가 강했던 이유는 서장훈과 재키 존스의 트윈 타워를 앞세운 강력한 수비 농구였으며. 그 밑 바탕에는 재키의 가공할만한 골 밑 지배 능력과 빠른 공수 전환 능력. 3점 슛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재키의 이탈로 팀에선 예전과 같이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기 힘들게 됐다. 무어는 농구 교본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은 센터-발도 느리고, 힘과 포지셔닝에 의존하며, 중거리 슛도 부정확한-일 뿐이었고, 현재 3경기를 치른 지금 그가 효과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영역은 림에서 3미터 이내의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제 2 대 재키 존스의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무어가 센터답게 느리지만 골 밑을 완전하게 장악할만큼 파워풀한가? 그 대답은 기록으로 말해줄 수 있다. 3경기를 치른 지금 무어의 경기 당 기록은 정확하게 13득점/7리바운드/1슛블락/1어시스트. 득점이야 그렇다 쳐도 리바운드와 슛 블록 면에서 리그 상위권을 다투던 제이제이의 능력와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덕분에 현재 SK 나이츠에선 무어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 서장훈과 조상현의 골 밑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매 시즌 30개-40개 정도의 3점 슛을 던지던 서장훈은 3경기에서 벌써 4개의 3점 슛을 던졌고. 이런 식이라면 올 시즌 3점 슛 시도 부문에서 자신의 최고 신기록인 43개를 가볍게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3점 슛을 난사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혼자서 골 밑을 지키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무리한 플레이를 한 것으로 추측되며, 그 결과 서장훈은 올 시즌 2점 슛률 부문에서도 자신의 통산 58%의 훨씬 못 미치는 52%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서가 골대 밑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말이다. 서장훈이 골 밑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는 것은 ‘서울’ SK 나이츠의 등뼈에 이상이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최인선 감독을 비롯한 SK 코칭 스탭에서도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재키의 골 밑 공백을 돕기 위해 대졸 신인으로 김종학이란 198cm의 장신 선수를 영입했지만 김은 어디까지나 대학 수준의 센터다. 앞으로 김종학이 전 나이츠 센터였던 박도경(현 LG 세이커스 센터)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부담은 조상현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조 역시 올 시즌 예년과 달리 드라이브 인보다는 포스트 업 공격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재키 존스의 골 밑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벤치의 고육책-물론 조상현이 일반적인 슛터들과 달리 포스트 업에 능하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임은 확실해 보인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조상현까지 이런 포스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제이제이(JJ)의 이적이 올 시즌 SK 나이츠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두번째 원인은 뭘까? 바로 팀 케미스트리의 붕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LG와의 경기에서 서장훈이 보여준 납득할 수 없는 경기 태도나 매 경기 90점 이하로 상대를 막아오던 팀 수비력의 실종(솔직히 지난 LG전과 같은 경기 모습은 근래 보기 힘든 SK답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로드릭 하니발의 3점 슛 난사-이 추세라면 하니발은 올 시즌 180개의 3점 슛을 던지게 되는데 이 숫자는 시즌 평균을 30여개 이상 초과하는 숫자입니다. 물론 아직 3경기 뿐이긴 하지만-가 의미하는 게 ‘팀 캐미스트리의 붕괴’라고 보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와서 SK 나이츠가 그 동안 항상 보여왔던 색깔-트윈 타워를 앞세운 수비 농구-이 엷어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 세번째 이유라면 역시 최인선 감독의 전술력을 꼽을 수 있다. 리그 통산 승수나 승률 부문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최감독의 ‘능력’ 자체를 의심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최 감독이 올해 SK 나이츠가 겪을 어려움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적어도 SK하면 생각나던 트윈 센터나 하이 앤 로우로 이어지는 더블 포스트 작전이 아닌 서장훈을 중심으로 한 싱글 포스트와 관련된 전술을 몇 가지는 만들어야 했는데 이제까진 그런 작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리그 최고의 덕장이자 지장인 최감독이라면 이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트레이드나 외국인 선수 교체 혹은 전술 교체 같은-을 곧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작년에도 서장훈의 부상으로 재키 존스를 중심으로 한 싱글 포스트 전술을 이용한 전례가 있었다는 것을 팬들은 잊어서 안될 거다.

이번 시즌 SK 나이츠의 성적은 다른 어떤 팀의 것보다 가장 중요하다. 나이츠는 무려 50억원의 돈과 기존 청주의 ‘열광적인’ 팬들을 버리고 올해부터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뿐. 전체 농구판의 열기를 좀 더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기 위해 한국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인 서울에 입성을 하게 된 것이다.(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분명 서울 프랜차이즈의 프로 농구팀은 항상 필요했던 일이다. 인구 1400만의 거대 도시인 서울이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KBL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아주 아마추어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 SK 나이츠의 올 시즌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 팬들의 정서상 ‘승리’는 관중을 가장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며. 만일 나이츠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전체 KBL의 열기가 감소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많은 돈과 번거로운 사무적인 일들 무엇보다 청주의 열성적인 팬들까지 져버리고 프랜차이즈를 옮긴 대의명분에 완전하게 반하는 일이 될 거다.(이건 물론 삼성 선더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포르토스와 아라미스 그리고 달타냥까지 보유하고 있는 ‘총사들’(머스킷티어스:Musketeers)이 과연 아토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한국 프로 농구의 사활을 위해 ‘서울’ SK 나이츠의 분전을 기대해본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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