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화학 테러, 근본대책 세워라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36분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시작된 탄저균 테러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1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탄저균에 노출된 미국에선 어제 한 상원의원 사무실에 ‘탄저균 우편물’이 배달됐다고 한다. 독일에선 총리 사무실에서 정체 불명의 흰색 가루가 발견됐고, 영국 호주 폴란드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흰색 가루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다.

이처럼 전세계에 세균테러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로 들어오는 하루 15만통의 국제우편물이 탄저균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어제 본보 사회면 보도는 충격적이다. 국제우편물에 대해 동식물 검역과 세관 검사만 이뤄지고 있을 뿐 탄저균 등 생화학 테러에 대비하는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반(反)테러 대열 동참을 선언했고 내년에는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있는 우리도 생화학 테러의 목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보안 구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모양이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테러 대책이 논의된 데 이어 오늘은 관계 부처가 테러대책실무위원회를 열어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우편물 검색 등 경계 태세 강화, 부처별 대책 수립, 생화학 테러 발생시 국민 행동 요령과 대응 방안 홍보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우편물이 검색대를 무사 통과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같은 한시적이고 즉응적인 대응으로는 본질적인 테러 대비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대(對)테러 업무는 국가정보원이 기획 총괄하고 관계 부처가 임시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식이었지만 이 같은 형태로는 책임 소재 불분명, 부처이기주의 등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인 테러를 전담하는 기구를 새로 창설하거나 비상기획위원회 등 기존 기구에 대테러 기능을 총괄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안보 개념이 군사적 차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테러 국제범죄 환경 자원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전담기구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테러범들의 목표는 실제 테러 이전에 시민사회에 극심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은 생화학테러 발생시 행동 요령 및 대응 방안을 숙지하는 한편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테러 노이로제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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