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전세계에 세균테러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로 들어오는 하루 15만통의 국제우편물이 탄저균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어제 본보 사회면 보도는 충격적이다. 국제우편물에 대해 동식물 검역과 세관 검사만 이뤄지고 있을 뿐 탄저균 등 생화학 테러에 대비하는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반(反)테러 대열 동참을 선언했고 내년에는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있는 우리도 생화학 테러의 목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보안 구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모양이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테러 대책이 논의된 데 이어 오늘은 관계 부처가 테러대책실무위원회를 열어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우편물 검색 등 경계 태세 강화, 부처별 대책 수립, 생화학 테러 발생시 국민 행동 요령과 대응 방안 홍보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우편물이 검색대를 무사 통과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같은 한시적이고 즉응적인 대응으로는 본질적인 테러 대비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대(對)테러 업무는 국가정보원이 기획 총괄하고 관계 부처가 임시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식이었지만 이 같은 형태로는 책임 소재 불분명, 부처이기주의 등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인 테러를 전담하는 기구를 새로 창설하거나 비상기획위원회 등 기존 기구에 대테러 기능을 총괄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안보 개념이 군사적 차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테러 국제범죄 환경 자원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전담기구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테러범들의 목표는 실제 테러 이전에 시민사회에 극심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은 생화학테러 발생시 행동 요령 및 대응 방안을 숙지하는 한편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테러 노이로제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