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노벨문학상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40분


▷노벨문학상은 의외성으로 유명하다. 발표를 앞두고 예상 후보들이 거론되긴 하지만 그대로 들어맞는 경우란 드물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달랐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90년 이후 줄곧 거론돼 온 단골 후보 중 한 사람을 수상자로 골랐다. 노벨상 수상 100주년이어서 더욱 뜻깊은 올해의 수상자는 영국 소설가 비디아다르 나이폴. 서인도제도 출신으로 영국에서 성장한 작가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수상자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수상자는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한 가오싱젠(高行健)이었다.

▷올해 수상자인 나이폴은 수상소식을 듣고 “내 조국인 영국과 조상의 조국인 인도에 커다란 영광”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그의 작품에는 이들 두 나라에서의 경험이 공통적으로 녹아 있으며 식민과 탈식민, 전통과 근대, 유럽과 비유럽, 중심국과 주변국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 영국문단은 그를 ‘유럽 대륙에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제3세계인의 감수성을 잃지 않은 작가, 선진제국의 식민지주의가 제3세계에 입힌 상처를 고발해온 역사의 증언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엔 특히 이번 미국 뉴욕 테러와 이에 따른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의 최근작 ‘믿음을 넘어’는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슬람 정서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슬람원리주의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상자 선정에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얘기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교훈을 던져준다. 이제 우리 문학도 그 지평을 넓혀 세계와 문화적 융합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한 방안으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면서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포작가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작품이 국내외에 활발하게 소개될 수 있도록 당국이나 출판계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문학이 노벨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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