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山村에 살어리랏다"…장수마을 산간지역 이동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3분


우리나라 장수마을의 분포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장수마을은 1990년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해안과 평야 지역에 많았으나 2000년들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부근의 중산간 지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이정재 교수(생물자원공학부)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장수문화 심포지엄에서 “90년대 중반부터 해발 200∼600m 높이의 중산간 지역의 장수도가 평야 지대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이 교수가 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전국 시·군의 인구 분포를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장수도는 65세 이상 노인중 80세 이상 노인의 비율로 해당 지역의 장수비율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조사에 따르면 90년초만 해도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 충청남도 지역의 평야와 해안 부근 주민들이 오래 살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들어 부산과 경남 지역의 장수도가 크게 떨어졌으며, 강원도와 충청북도 주민들의 장수도는 예전보다 더 올라갔다.

장수마을의 높이도 10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

90년대 초에는 해발 200m이하의 평야지역이 가장 장수도가 높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들어 중산간지역의 장수도가 가장 높아졌으며, 2000년에는 600∼1000m 높이의 산간 지대도 평야 지역 수준으로 장수도가 개선됐다. 도시 지역은 장수도가 시골보다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90년대 들어 중산간지역 등 내륙 지역이 개발되면서, 의료 및 위생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장수도가 높은 군은 도시보다 경제 사정이 나쁘지만 일반 군보다는 지방세 납부액이나 광공업 생산액이 많았다.

이 교수는 “경제력이 높아질수록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지는데 장수마을은 경제력과 삶의 여유가 적당히 절충된 지점에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삶이 느긋했던 내륙지역에 나름대로 경제력이 보충되면서 장수도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적은 곳에 살아야 오래 산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경수 서울대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마을인 오키나와와 한국의 제주도의 장수자의 생활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 교수는 “장수자들은 콩 제품과 신선한 채소를 즐기고 소식(小食)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오래 살려면 고기를 피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오키나와와 제주도의 장수자 모두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돼지고기는 구워 먹는 대신 반드시 삶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돼지고기를 불에 태우면 발암물질 등 몸에 해로운 성분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장수마을 중 하나인
전라남도 구례

전 교수는 “나이가 들면 은퇴하고 쉬어야 한다는 생각은 장수마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제주 서귀포의 100살이 넘은 한 할머니는 눈도 멀고 앉은뱅이가 되었지만 날만 개면 뒷밭에서 잡초를 뽑는다”고 설명했다.

또 최윤호 성균관 의대 교수는 전국 100여명의 100살 이상 노인들을 조사한 결과 “100살 노인들의 B형 간염 양성률은 놀랍게도 0%로 일반인의 6.3%와 크게 달랐다”며 “100살 이상 살려면 60세 전에 암, 성인병, 간염, 심장 질환 등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이날 밝혔다.

최 교수는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100살 이상 노인들이 전반적으로 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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