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180도 바뀐 교육부 논리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43분


교육인적자원부는 올 2월까지 지급할 예정이던 교원 상여성과금의 지급 방식을 교원단체의 반발 때문에 7개월 가량 지난 21일에야 결정했다.

교사를 3, 4등급으로 나눠 지급에 차등을 뒀다. 최하위 등급은 한푼도 주지 않는다는 원안에 비해 융통성을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조는 “교단의 특성을 무시한 전 교원의 서열화”라며 반발했고 25일 현재 교사 5만200여명이 성과금 반납을 결의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교육부는 이날 내년부터 성과금을 수당으로 전환, 전 교원에게 지급하고 수업이 많은 교사에게는 수당을 더 주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나흘 전 내세웠던 논리가 180도 달라졌다. 교육부는 “성과금은 실적만큼 주는 것인데 똑같이 나눠주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교원 단체의 주장을 ‘억지’로 치부해 왔다.

그런데 이날 교육부는 “교직은 특수성이 있다. 최하위 등급을 받은 교사가 무슨 신명이 나겠느냐. 학생 학부모는 그런 교사를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며 태도를 바꿨다. 논리를 바꾼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담당자들은 “정기국회에서 예산 자체가 깎이면 어떻게 하느냐” “함께 아울러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겸연쩍어했다.

교육 당국이나 교원단체의 주장대로 교직은 특수성이 있다. 모든 정책은 해당 집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타당성과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 소방관 경찰관 등 다른 공무원은 특수성이 없을까. 이들과 형평성을 생각하면 교직만 평가를 거부하는 특권을 요구할 수 있는가. 학교와 교원에 호의적이지 않은 일부 학부모들은 “평가를 거부하면 성과금을 안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정책이 교직 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인철<이슈부>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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