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간부 수수 파문]김형윤 전단장 여실세들과 친분설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0분


지난해 말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 사장 불법대출사건 수사 당시 서울지검에서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수사를 맡고 있던 특수2부 이덕선(李德善·현 군산지청장) 부장검사와 수사검사들간에 수사방향과 내용에 대해 심각한 갈등과 마찰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부장의 지시와 방침에 대해 수사검사들이 항의하고 이것이 감정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도 들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부 중견간부들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및 국정원 내부 갈등〓갈등과 마찰의 발단이 된 것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김형윤 국가정보원 경제단장(현 국정원 산하 정보학교 교수)의 금품수수 혐의. 당시 수사팀은 정 사장과 공범관계에 있던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이 김 전단장에게 사건무마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줬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김 전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 부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한참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응답은 물론 수사서류도 내려보내지 않아 검사들이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부 검사들은 “국정원 국장급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무엇 하러 특수부 검사를 하느냐”며 흥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의 태도는 확고했고 반면 수사팀의 의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올해 3월 검찰 소폭인사 때 당시 특수2부 수사검사들을 형사부로 보내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는 것.

그러다 6월 검찰 정기인사로 수사검사가 교체됐다. 이 부장은 군산지청장으로 옮겨갔다.

이 사건에 대한 국정원 내부의 분위기도 검찰과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사건 당시 비공식적인 경로로 김 전단장의 혐의를 알게 됐고 내부 간부들 사이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은 김 전단장에 대해 경고 조치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단장 문제는 올해 3월 신건(辛建) 신임 원장이 부임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일부 직원과 감찰실 등에서 김 전단장의 문제를 지적했고 결국 김 전단장은 경제단장에서 물러나 정보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혐의’에 상응하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단장 보호한 이유는〓그러면 검찰 지휘부와 국정원이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김 전단장을 끝까지 보호하려 한 이유는 뭘까.

검찰과 국정원 내부에서는 김 전단장이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비중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경제단장은 경우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이나 재정경제부 장관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김 전단장은 정권 실세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97년까지 광주지부에서 근무하다 정권교체 후 본청 경제과장으로 발탁됐고 핵심요직인 경제단장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목포중 출신인 김 전단장이 국정원 내부에서 목포중 목포고 출신으로 이뤄진 ‘범(汎)목포계열’의 중심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정원 내에서는 김은성 제2차장(국내담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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