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한국화의 미학 '21가지 테마로 보는 우리 미술'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5분


정선의 금강전도(왼쪽 1734년)와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 부분도 (11세기)
정선의 금강전도(왼쪽 1734년)와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 부분도 (11세기)
21가지 테마로 보는 우리 미술/ 김경자 지음/ 255쪽 1만2000원 다른세상

상호비교를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학문의 세계에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집트와 그리스 문화를 비교한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플라톤의 ‘국가론’이다. 비교는 차이를 드러내는 작업이긴 하나 반드시 상호간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차이는 생명의 개별성과 같이 사물의 존재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질을 찾는 한 방법인 것이다.

이 책은 한국미술과 서양미술 또는 일본미술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미술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칠(21)일을 위대한 조어로 생각한다는 저자는 책 또한 21개 단락으로 구성했다. 표현대상과 그 기법, 담긴 철학 등에 따라 그에 맞는 한국화와 서양화를 골라 적절히 대대(待對)시켜 그 차이점을 논하는데,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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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세한도’는 뼈 속에 묻어둔 그리움의 표현이라면 샤갈의 ‘나의 마을’은 하늘을 나는 화려한 그림으로 고향 러시아의 향수를 그렸단다. 또 이인상의 ‘송아관폭도’와 모네의 ‘수련’에선 똑같이 황홀감을 느끼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전자에선 가슴의 기가 막혀옴을 느끼는 황홀이라면 후자에선 ‘아!’ 하는 감탄사를 터뜨리게 되는 황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화를 논하면서 한국의 자연과 한국인의 심성 그리고 사물을 보는 태도 등을 두루 살핀다. 그것도 따뜻한 가슴을 가진 과학자처럼. 그래서 어려운 내용인데도 술술 읽힌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결론은 ‘아그랍다’는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못한 경상도 사투리 단어다. 그 느낌을 다른 말로서는 제대로 전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런 표현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육체적이면서 영적이고, 부드러우면서 강한 복합적이고 모호한 그 무엇이 바로 그 ‘아그랍음’이라고 한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아그랍음은 어찌 한국미술의 본질일 뿐이겠는가. 한국문화의 본질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을 텐데. 만약 그 아그랍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또 그게 우리 미술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몇가지 오류에도 불구하고 읽어볼만 하다.권 삼 윤(문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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