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날지도 못하는 정찰기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41분


군(軍) 정보전력 증강사업의 일환으로 90년대 초반부터 추진돼온 ‘금강사업’의 난맥상이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강사업으로 올해 미국에서 도입한 정찰기 4대 중 2대가 8월 현재 고장으로 운용이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휴전선 북방의 영상정보 수집을 주임무로 하는 금강사업은 신호정보 수집을 위주로 하는 백두사업과 함께 우리 군의 정보자주화를 위한 핵심 사업이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금강사업의 문제점은 장비 인수 전에 받도록 돼 있는 최종 단계(국내수락시험)까지 통과된 뒤에 갖가지 결함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 1대는 4월에 고장나 5월 초부터 시작된 임무수행 비행을 단 한번도 하지 못했고 다른 1대도 한 차례의 임무수행 비행과 장비점검 비행 뒤에 고장이 났다. 국방부에선 2003년 2월까지로 돼 있는 하자보증기간 중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려면 국내 수락시험은 왜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장비와 함께 도입됐어야 할 동시조달수리부속(CPS)에 대한 계약이 국내수락시험이 끝난 뒤에야 체결됐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상적인 장비 운용이 이뤄지려면 핵심 부품이 제때에 공급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이는 종합군수지원체계 자체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정보전력은 우리 군이 가장 취약한 영역이며, 우리 군은 대북 군사정보를 상당 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터에 독자적인 정보전력을 강화하는 사업 자체에 반대할 까닭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하고 민감한 사업이라도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은 필수다. 백두사업의 경우 15대 국회에서 논의되는 등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지만, 금강사업은 대북정보와 관련된다는 민감성을 이유로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군 당국은 이번 기회에 금강사업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우선 결함 투성이인 장비가 국내수락시험을 통과한 배경이 무엇인지, 예산 낭비의 소지는 없었는지를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이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쓰는 군 당국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나아가 군 당국은 사업 결정에서부터 민간 전문가를 자문역으로 참여하게 하는 등 무기도입체계의 투명성 확보와 전문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 이는 특히 차세대전투기(FX) 사업 등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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