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청바지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22분


지난달 무주택자를 위한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위해 한국에 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청바지 차림에 구슬땀을 훔치며 망치질을 계속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행사가 아닌 부담 없는 자리에서 그들은 늘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구미(歐美)의 명사들에게 청바지는 이제 하나의 생활복이다. TV를 통해 청바지를 입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청바지는 원래 작업복이었다. 이를 가리키는 진(Jean)이란 단어는 이탈리아 항구도시 이름인 제노바(Genova)에서 유래됐다. 19세기 중반 제노바항에서 부두 인부와 선원들이 지금의 청바지와 형태가 비슷한, 몸에 꽉 끼는 작업복을 입고 일을 했고 이를 본받아 청바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바지를 본격적으로 입기 시작한 사람들은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금광의 광원들이었다.

▷당초 작업복이었던 청바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를 거쳐 지금은 평상복 통학복 레저웨어로 남녀나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착용되고 있다. 한때는 이를 입는 것이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적 도전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형태 색깔 질감이 더욱 다양해졌다. 헐렁한 청바지가 나오는가 하면 몸에 딱 붙는 5분, 7분 바지도 있다. 꽃 자수나 예쁜 무늬가 박힌 것도 있다. 희끄무레하게 탈색돼 너절한 이미지를 주는 ‘더티진’도 나와 유행하고 있다. 요즘은 특수가공처리로 기름때가 묻은 듯한 색상까지 만들어낸다.

▷의상디자인 전공 대학생이 미국 의류박람회에 독창적 청바지를 출품해 150만달러(약 20억원) 어치의 주문을 따냈다 해서 화제다. 옷감에 레이스와 인조보석장식, 반짝이 등을 붙여 만든 ‘파티용 청바지’. 유독 파티가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청바지를 파티복으로 활용한 지혜가 눈에 쏙 들어온 모양이다. 연말부터 시판된다고 하니 외국의 명사들이 이를 입고 파티에 참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발상의 전환’만으로 돈방석에 앉는 시대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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