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현장-2]포스코…전사적 자원관리(ERP)

  • 입력 2001년 9월 5일 19시 04분


‘철강 공룡’이 변신하고 있다.

굴뚝산업의 대표주자 포항제철(포스코)이 디지털 정보기술로 재무장하고 있다. 포스코 변신의 핵심은 올 7월2일 가동한 사내 전산망 ‘포스피아’.

포스피아는 뿔뿔이 흩어져있던 각종 전산망을 인터넷으로 통합,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로 만든 것. ERP는 각 조직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물론 업무협조의 시간과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2년반 동안 19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동원된 인력만 1476명에 이른다.

▽획기적으로 빨라진 업무속도〓포스코 전산망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문서량은 5만9000여건. 부서별 전산망이 통합되기 전에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자료를 취합해야 했다. 자료를 취합하느라 밤샘근무도 적지않았다.

ERP를 도입한 후에는 업무처리의 속도가 빨라졌다. 각 부서의 데이터가 통합전산망으로 공유돼 실시간으로 취합과 분석이 가능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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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기고

연간 예산 편성 기간은 110일에서 30일로 줄었다. 1년에 한번 짜는 전체예산을 분기별로 다시 짤 수 있게 됐다. PI기획팀 이종민 팀장은 “요즘같은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신속성과 유연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남보다 먼저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달 예산 편성도 종전의 6일에서 하루(실제론 15시간)로 짧아졌다. 표준원가 계산은 3일이면 끝난다. 특히 경영진은 원하는 때면 언제나 제조비용과 표준원가, 고객사별 수익성 분석을 조회할 수 있다.

▽투명성 확보는 ‘덤’〓투명성은 속도와 함께 포스피아 프로젝트의 핵심. 처음 입력된 기초데이터를 중간에서 고치면 결산과정에서 에러가 나기 때문이다. 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불미스런 행동’이 사전에 차단되는 것. 지난 8월 결산에서 나온 에러는 단 6건. 모두 입력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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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와 자재의 입찰 역시 인터넷을 통한 공개입찰로 진행돼 ‘봐주기’의 여지가 없어졌다. 입찰참여 업체 수도 평균 300개에서 1500개로 늘어나 제품 1톤당 구매비용이 3∼5만원 내려갔다. 또한 누가 어떤 일에 얼마를 썼는지가 그대로 전산망에 공개돼 책임소재가 분명히 가려진다. 심지어 유상부 회장이 누구와 언제 만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조회할 수 있다.

▽고객과의 윈윈(Win-Win) 전략〓ERP 도입은 고객서비스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이전엔 분기가 시작하는 날이 되어서야 고객사에 제품 생산계획을 통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분기시작 45일 전에 생산계획을 알려준다. 고객사가 불필요하게 많은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어진 것. 주문 후 납품까지의 기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또한 판매부서에서도 생산부서의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급한 경우 납기를 더 줄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배워가〓얼마 전에는 일본 신일본제철(新日鐵)이 포스피아 시스템을 배워가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전산 시스템 분야에서 포스코가 앞서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철강업계가 그간 아시아 여러나라에 기술을 전수한 적은 있으나 거꾸로 첨단 노하우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ERP란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줄임말. 기업 내의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 및 구매, 재고 등 주요업무 과정을 통합전산망을 통해 관리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전사적 자원관리’로 불린다. 구매부서에서 회사의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기업전체의 재무현황을 원할 때마다 집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보 공유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새로운 정보생성이 가능하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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