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소비를 늘리는 길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5분


정부가 내년부터 쌀 증산 장려를 포기하기로 한 정책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농가소득을 감소시키거나 논농사의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올해 말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600만섬)을 훨씬 넘는 1000만섬가량의 재고가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쌀은 남아돌고 쌀 시장 추가 개방이 임박한 시기에 미질(米質)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생산량 감축이라는 소극적인 대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쌀 소비를 늘리는 수요 측면의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쌀이 남아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과 젊은층의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부대와 학교 급식에는 2년 이상 묵어 품질이 떨어지는 쌀을 사용했다. 이런 저질미는 과감히 가공용으로 돌리고 군과 학교에도 밥맛이 좋은 쌀을 공급해야 한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미질이 나쁜 쌀을 먹이면 점점 더 쌀밥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학생들이 햄버거 피자 빵 등을 더 좋아하는 데다 쌀값이 비싸 학교급식업자들이 쌀을 기피하게 된다. 정부 지원을 해서라도 학교 급식에서 쌀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자국 농산물과 자국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만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급식법이 있다.

쌀밥을 먹지 않으면 채소 무 파 마늘 고추의 소비가 동반 감소해 농가 소득을 더 저하시키게 된다. 값싼 수입쌀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이대로 쌀 소비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논농사의 기반이 무너져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농촌 인구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인구의 9%인 4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묵묵히 농촌을 지키며 국토환경을 가꾸고 식량의 생산 기반을 보존하고 있다. 한국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논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유럽 국가들이 시행하는 농민들에 대한 직접 소득 보조제도처럼 우리도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농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농가소득 보전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쌀 재고관리 비용이 1000억원을 넘는 현실을 고려해 2년 이상 묵은 저질미의 적극적인 처리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쌀 증산정책의 포기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등외품을 수매해주는 온정주의 수매정책을 버려야 한다. 품종과 미질에 따라 수매가격의 차등을 심화해 고급쌀 위주의 생산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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