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하이닉스 '오도 가도'…삼성-LG, 인수설에 펄쩍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44분


3일로 예정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채권단 대표자 회의를 앞두고 하이닉스를 둘러싼 국내외 기류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국내에서 매입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과 LG는 “하이닉스 인수는 검토조차 해본 적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고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에 지원을 해주면 안 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대출 규모에 따라 ‘계속 지원론’과 ‘지원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삼성 LG, 인수설 펄쩍〓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불투명해지면서 업계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99년 정부의 강압으로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던 LG가 하이닉스를 되사들이는 ‘역빅딜설’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LG는 LG반도체 매각 대금으로 올 연말 2000억원, 내년 6월 2000억원 등 4000억원을 받아야한다. 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 마음만 먹는다면 이론상으로는 추가 현금 부담 없이도 인수할 수 있다.

하지만 LG측은 “99년과 지금은 상황이 바뀐 데다 당분간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에 집중해야 하므로 투자여력도 없다”고 밝혔다.

일본 도시바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인수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삼성전자는 인수의 경제성과는 별도로 ‘하이닉스 변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생사 기로에 서 있는 국내업체를 제쳐두고 일본업체 인수에 나설 경우 국민정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부담스러워하는 것.

삼성전자측은 “이미 램버스D램과 256메가 D램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은 상태에서 하이닉스까지 인수하면 독점 논란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업계의 견제 때문에 점유율을 높이기도 어렵다”며 인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왜 압력 넣나〓미국 정부가 반도체 부문의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배후에는 세계 2위의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있다는 게 정설.

마이크론이 유독 하이닉스를 맹공격하는 것은 반도체 메이저 업체 가운데 사업분야가 가장 많이 겹치는 경쟁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타격을 받을 경우 미국 PC업계가 반도체 가격상승으로 어려움에 빠지게 돼 미국 정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들도 제각각 딴 생각〓산업 외환 한빛 조흥 등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이 많은 은행들은 ‘확실한 회생을 위한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신한 하나 한미 등 대출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은행들은 가급적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여 대조적이다.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하이닉스를 살릴 방안이 나오고 채권단이 합의하면 대출금 전액 출자전환은 물론 신규자금 지원도 할 수 있다”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살리려면 확실히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기존 여신에 대한 조정(출자전환)은 가능하지만 신규자금 지원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일의 채권단 대표자회의에서 합의안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 업계 순위

전체

메모리

기업

점유율

기업

점유율

인텔

13.4

삼성전자

16.1

도시바

5.0

마이크론

11.6

NEC

5.0

하이닉스

11.1

삼성

4.9

도시바

6.4

TI

4.1

인피니온

5.7

모토롤라

3.6

NEC

5.3

STM

3.6

인텔

4.8

히타치

3.3

히타치

3.9

현대

3.1

미쓰비시

3.8

인피니온

3.0

후지쓰

2.9

(자료 : 데이타 퀘스트)

<박원재·홍찬선·하임숙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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