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차이나 열풍, 알고보면 虛風 '중국은 가짜다'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33분


◇ '중국은 가짜다'/제스퍼 베커 지음/386쪽 1만2000원 홍익출판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 올 가을 WTO 가입,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 유일한 강대국, 연평균 8%대의 고성장, 2015년에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 능가, 엄청난 시장과 자원…. 오늘의 중국을 형용하는 표현들이다. 중국열풍에 휩싸여 열광하고 있는 요즈음 ‘중국 바로보기’를 주장하는 책이 있다. ‘중국은 가짜다’라는 책이다.

15년간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의 중국특파원을 지냈고 지금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의 베이징 지국장으로 있는 제스퍼 베커(Jasper Becker)에 의하면 중국은 가장 오만하고 가장 부패한 극소수의 지배층에의해 유지되는 비밀의 국가일 뿐이다. 평등과 정의,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약속했던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은 결국 중국 인민들의 희생을 강요해왔고 인민들은 이들의 거짓말에 속아왔다고 주장한다.

경제성장의 신화와 찬사 속에 가려진 중국인들의 고난과 질곡, 그리고 불평등과 모순으로 가득 찬 중국식 사회주의의 폐해를 고발함과 동시에 근거 없는 중국에 대한 찬사와 동경을 경계하고 있는 이 책은 중국을 마치 정치, 안보, 외교,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중국 바로알기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떠오르는 중국에 관한 견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제, 군사, 정치적 대국이 될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위협론’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취하고 있는 개혁개방은 단지 경제적 근대화를 이루려는 저개발국가의 적극적 성장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종이 호랑이론’이 그 것이다.

중국이 향후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더욱 공세적인 외교와 안보전략을 추진하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는 수많은 책들과의 차별성은 바로 저자의 중국 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타난다. 개혁 개방의 성공담에 묻혀버린 중국인들의 힘겨움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고뇌를 15년 간의 날카로운 체험으로 해부하고 있는 필자는 중국의 앞날을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일찍이 덩샤오핑은 개혁 개방을 반대하는 보수파들에게 “방안이 더우면 창문을 열어야하고,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해충도 들어오는 법”이라는 말로 개혁 개방정책을 밀어 부쳤다.

그러나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은 황금만능주의를 가져왔고, 관료부패, 환경오염, 소수민족 분규, 개인간의 소득격차와 불균형적 지역발전 등과 같은 문제에다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위에서 정책을 내면 아래에서는 빠져나갈 방책이 있다)’과 같은 법률경시 풍조는 지방정부의 힘을 강화시켜 중앙정부의 입김을 약화시켜 버렸다.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겠다던 동남부의 연안도시들과 경제특구들은 퇴폐적인 도시로 전락해 버린 것이야말로 중국의 실상을 웅변하는 적나라한 풍경화에 묘사된다(117쪽). 골프와 해외여행을 다니며 자가용을 가진 중국인들은 중국내 귀주성 주민의 평균 1년 소득이 우리 돈으로 42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중국의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1400만 명의 교사들에게 하루에 한 개 이상의 분필 사용은 사치에 속한다. 농촌지역의 무자격 의사들은 설사병에 마취제를, 피로회복에 아미노산 정맥주사를 놓고, 감기에 호르몬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우려했던 지나친 서구화는 이제 현실적인 위협으로 중국을 옥죄고 있다. 1989년 티엔안먼 민주화운동의 유혈폭력진압은 정치적 아킬레스건으로 변했고 중국의 지도자들은 당원 수보다도 더 많은 파룬궁 신도들의 조직과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제야 서방이 비폭력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중국사회를 전복시킨다면서 반(反) ‘화평연변’(和平演變·평화적인 방법으로 중국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해충이라 가볍게 여겼던 것이 이제는 공룡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중국인들과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은 모두 ‘코닥 신드롬(Kodak Syndrome)’에 젖어있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한 통에 24장 짜리 필름을 사던 사람들이 36장짜리 필름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단순한 수치적 계산의 환상이다. 마치 1980년대 일본보다 늦게 베이징행 열차를 탔던 미국의 기업인들이 중국인들이 하루에 코카콜라 한 병만 마셔도 하루에 10억 병이라는 환상을 연상시킨다.

중국이 이해하기 힘든 나라임은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가려면 서른 개가 넘는 톨게이트를 통과해야하고 통행료만도 2천원(元) 정도를 내야하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8%를 넘지만 중국의 통계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죽하면 주룽지 총리도 2%정도는 깎아야 할 것이라고 했을까? 중국 경제가 성숙되고 인치가 아닌 법치가 뿌리내리면 중국의 부작용과 문제점은 해결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어렴풋한 신기루일 뿐이다.

이은선 옮김, 원제 ‘The Chinese’(2000년).

금희연(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중국정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