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채권형 펀드도 매일 '시가평가'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0분


9월부터 투신운용사의 채권형펀드 가치가 펀드 안에 들어있는 각 채권의 가격을 그대로 반영해 결정된다. 주식형펀드에 들어가는 종목들의 주가변동에 따라 펀드 기준가가 매일매일 바뀌는 것처럼 채권형펀드의 기준가도 시가평가 방식으로 현실화되는 것이다.

채권시가평가가 본격 적용되기 때문에 채권형펀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한층 향상돼 투자자들이 펀드를 선택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하지만 채권가격의 등락이 곧장 펀드에 반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펀드의 이익과 손실에 더 예민해질 수도 있다.

▽일부 펀드 가치하락 우려〓현재 채권형펀드의 가치(기준가격)는 증권업협회가 매일 공표하는 수익률을 토대로 산정한다. 증권업협회의 채권수익률은 신용등급 AA-와 BBB-를 정한 뒤 나머지 등급은 일정 간격을 일률적으로 가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잘 유통되지 않는 회사채의 경우 실제 수익률과 증권업협회의 공표수익률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채권가격을 제대로 따질 수 없어 펀드 가치를 평가할 때도 이런 괴리가 반영될 수 없었다.

9월부터 채권 가격을 정확하게 매기면 투기등급(BB+이하) 채권이 들어가 있는 일부 채권형펀드의 경우 지금보다 펀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KIS채권평가 홍우선사장은 “대형 투신운용사들이 시험 적용을 해 본 결과 전체적으로는 펀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일부 펀드는 채권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면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기준가를 점검해야〓9월부터는 같은 신용등급의 채권이라도 발행조건과 발행기업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고 채권형펀드의 가치도 여기에 좌우된다. 펀드 투자자들은 8월말에서 9월1일로 넘어가는 ‘날짜변경선’에서 펀드 기준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기준가 변동을 통해 어느 투신운용사의 실력이 더 나은지를 즉각 알 수 있어 좋은 운용사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펀드 판매사들이 펀드 손실을 떠안고 고객에게는 원리금을 돌려줬던 관행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투신운용사들로서는 그동안 암암리에 저질러왔던 펀드간 편출입이나 부실채권 편입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주은투신운용 백경호사장은 “펀드운용의 공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펀드매니저들은 같은 신용등급 안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투신운용사들은 9월부터 3개 민간채권평가회사 중 2곳으로부터 채권가격 정보를 구입한 뒤 펀드 기준가를 산정해 공표한다.

은행 신탁의 수익률도 조만간 같은 방식을 적용해 공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장부가에 의해 표시되는 후순위채권(CBO)펀드는 이 제도적용에서 제외된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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