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노다리 시모니야/한-러 군사협력 강화할 때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32분


군사기술협력은 최근 한 나라의 대외정책과 국가간 경제협력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무기를 만들고 파는 일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다.

▼공정한 경쟁 통해 무기 도입을▼

그러나 현실주의자들은 민족국가가 존재하고, 각국의 국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고, 또 국가 간에 정치 경제 사회 발전의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러한 생각은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정치 경제 이념적 주도권을 갖고 동맹국과 위성국에 무기를 팔던 미국과 구 소련의 국제 무기시장 독점도 끝났다. 군사기술협력 분야에서 냉전구조가 종식되면서 국제 무기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무기 수출국들은 정치적 고려 대신 경제적 이해를 앞세우게 됐다. 또 무기 수입국들은 공급처의 다변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만 군사적으로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냉전 당시 서로 다른 진영에 있었던 한국과 러시아가 군사기술 분야에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처음 이 문제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채무상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발했다.

한국과 구 소련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한국은 구 소련에 3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심한 정치 경제적 위기에 빠지면서 이 경협자금은 실제로 절반밖에 집행되지 못했다. 이자도 상환하지 못할 처지가 된 러시아는 1994년 1월 무기와 군사기술 제공으로 채무를 갚겠다고 한국에 제의했다. 한국 국방부가 이에 관심을 가져 95년 2억1000만달러 규모의 방산물자 제공계약이 체결됐다. 민수물자까지 포함해서 4억5000만달러의 채무가 일단 상환됐다.

민수용 장비로는 36대의 Ka32 헬기가, 군사장비로는 전차 장갑차 대전차로켓 대공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최신예 무기와 군사기술 공동 개발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90년대에 한국과 러시아는 규칙적으로 군사기술 협력을 위한 접촉을 가졌다. 지난해 말 서울에서 열린 한-러 방산기술협력위원회에서 새로운 합의가 이뤄졌다. 올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 당시 한국과 러시아는 군사 및 민수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여기서 채무의 절반 규모인 7억달러를 상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은 러시아제 수송기를 비롯해 급유기 헬기 전차의 도입에 관심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한국의 최신예 군사장비 도입을 위한 공개 입찰에도 참여하게 됐다. 한국과 미국의 밀접한 군사적 관계 때문에 이러한 경쟁에는 미국이 기득권을 갖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풍부한 로비 경험도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무기도입 사업에서 미국 회사가 승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의 무기도입 사업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동북아 안전에 도움▼

러시아는 현재 21억달러 규모의 공격용 헬기 도입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4월 1차로 미국 보잉의 아파치와 러시아 카모프사(社)의 Ka52가 유력한 후보로 나섰다. 러시아는 일부를 한국에서 면허 생산하거나 조립 생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의 실사단이 4∼5월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툴라 등지의 헬기 제작현장을 둘러봤다. 9월에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고 12월에는 도입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물론 러시아는 이번 입찰 결과와 관계없이 비슷한 무기도입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군사 정치적 접촉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동북아시아지역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노다리 시모니야(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소장)imemons@onlin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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