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70년대 남아공의 폭력과 억압 '메마른 계절'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38분


소수 백인들이 지배했던 폭력적 사회인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암울하고 절박한 상황이었다. 초기 네덜란드 이민자의 후손인 안드레 브링크가 첫 정치소설 ‘메마른 계절’을 출간한 것이 1979년이었다.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인 브링크는 1935년 남아공의 브레데에서 태어났다. 초기 소설들은 비정치적이었으나 후기 소설들은 남아공 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을 썼다.

‘메마른 계절’에서 폭력과 광기의 문명 한 가운데서 주인공 벤 듀 토이가 정치의식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벤은 비밀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는 53세의 흑인 교사이며 정치운동가이다. 그는 어느 날 밤 뺑소니차에 치어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한 백인이 그 비밀을 추적한다. 벤은 죽기 전 대학 친구인 작가이며 화자인 ‘나’에게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전해주고 이 소설은 그가 남긴 자료에 의거해 쓰여진다. 이를 통해 폭압적인 아파르트헤이드 정부 아래서 인간성을 말살 당하는 소수 흑인들의 삶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이 소설은 흑백의 인종문제를 토대로 정치권력의 폭력과 억압이라는 인류문명의 가장 보편적인 문제를 남아공의 구체적 시공간 속에서 강렬하게 드러낸다. 어떤 의미에서 ‘주체적 보편’으로서의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재미와 흥미를 유발시키는 이상의 문학적 기능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표현할 수 없는 일종의 모순적 감정인 ‘숭고’의 감정을 얻을 수 있다. 브링크는 “작가는 문학을 정치의 수준으로 저하시켜서는 안되고, 오히려 정치를 문학의 수준으로 세련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브링크 소설의 정치적 메시지는 1994년 자유선거를 통해 흑인 정부를 수립하는 남아공의 정치적 열광 뒤에 남는 ‘위험’까지도 직시한다. 모든 혁명은 언제나 환멸을 수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999년 인터뷰에서 밝힌 브링크의 감회는 의미심장하다. “한때는 자유를 위한 투쟁의 지도자들로 우러러 왔던 사람들조차 인간적인 결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권력의 남용은 꿈을 꾸는 능력만큼이나 인간 본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왕은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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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호(중앙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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