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감소, 그 후가 더 걱정이다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6분


7월 수출실적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사상 유례없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출입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67년 이후 우리 경제가 크고 작은 어려움을 얼마나 많이 겪었는데 감소폭이 최악을 기록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동안 우리가 추상적으로 걱정했던 문제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심각한 일이라 하겠다.

정부는 수출감소의 원인을 선진국 경제의 위축에 따른 반도체부문의 부진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 원론적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외환위기 직전의 수출 부진 때와 정부의 설명이 똑같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매달 정부가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반복하고 있는 세계경기 타령도 이제는 짜증이 날 지경이다.

환란의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적자였다며 정부가 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지 벌써 4년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세계경기가 나쁘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중국은 이 판에도 수출이 매년 10% 가까이 급신장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겨우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수출감소만큼 수입도 급감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걱정은 두 배가 된다. 설비투자용 기자재 수입이 격감하고 있다는 분석은 올해 중 신규투자 계획이 없다는 기업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국내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무너지고 있는 수출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각 경제주체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위기를 타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정부는 기업활동에 제약이 되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경제인들이 기업을 경영할 마음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지금은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보다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 시급한데 정부 일각에서 규제강화를 부르짖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말만 요란하고 실속없는 통상교섭본부의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기업도 부단한 구조조정으로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노사화합은 양쪽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수출감소가 내수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악순환의 시발점에 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다음 분기부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식으로 헛된 희망만 국민에게 주려하지 말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올바로 알린 후 경제주체들의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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