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 1,2'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31분


◇숙명의 트라이앵글 1, 2 노암 촘스키 지음 유달승 옮김 1권 471쪽 2권 429쪽 각권 1만4000원 이후

일본의 역사 왜곡에 버금가는 일이 지금까지 중동에서도 자행돼 왔다. 이 시대 최고의 양식 있는 비판적 지식인 노암 촘스키는 중동분쟁의 왜곡된 역사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꿰뚫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로서 향후 ‘제3차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아랍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분쟁을 보며 왜 촘스키는 ‘숙명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명명했을까? 촘스키는 이 문제가 팔레스타인-유태인 양 민족간의 인종적, 종교적 갈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미국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간파하고 있다.

중동정치에 대한 촘스키의 기념비적 저서인 이 책은 1983년 처음 출간된 후, 국제정치와 중동문제에 관한 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후 그는 1999년 10쇄를 기해 내용을 보강하고 자신과 팔레스타인 출신인 저명한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새로운 서문을 붙여 개정판을 출간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새로운 서문에서 “인류의 고통과 불의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는 고귀한 지성에는 근본적으로 어떤 감동적인 구석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 책은 “중동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외정책,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촘스키는 이 책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저지른 행위와 관련해서 미국의 “수치스럽고 몹시 위험한” 정책을 대단히 포괄적으로 고발한다. 그는 미국 내의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과거는 물론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오랜 인권 침해와 군사적 적대행위의 역사를 애써 간과하거나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친서구적 학자들이 이스라엘의 침공을 ‘정당한 전쟁’으로 옹호하며, 팔레스타인인에 맞설 방안의 모색을 주장하는 현실도 지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실은 진실과 멀다는 것을 알려 준다.

첫째는 테러의 원인. 특히 ‘자살 폭탄 테러’로 상징되는 이런 사건에 뒤이은 이스라엘의 더욱 참혹한 공격은 ‘보복’이나 ‘응징’이란 말로 치장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실제 사건의 원인이 이스라엘의 무모한 점령지 확장 정책과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한 전체 아랍인에 대한 인종차별 정책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서방 세계의 지도자와 언론은 아랍 세계 전체가 이스라엘에 대해 반유대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 사태 악화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은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의 자기혐오라는 ‘도덕적 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잠재울 수 있었다.

셋째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유. 요르단과의 불화로 레바논 등지에 저항 거점을 옮긴 팔레스타인의 본거지를 파괴한다는 것이 침공의 표면적인 명분이었다. 그러나 촘스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침공의 진정한 이유를 밝힌다. 이스라엘은 PLO 내부에서 온건론이 힘을 얻어 이스라엘과의 무한 대결을 끝내고 국제적 합의에 기반해 두 국가가 공존하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PLO를 자극함으로써 피의 대결을 지속해서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넷째는 ‘거부주의’. 이스라엘과 미국에서는 PLO를 비난하면서 ‘거부주의’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거부주의란 이스라엘의 국가로서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과거 팔레스타인의 영토에서 유대인의 국가적 자결권을 부인하는 PLO 및 전체 아랍 세계 태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제1차 대전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던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국가적 자결권을 부인하거나 그들의 국가적 권리를 부정하는 이스라엘의 태도야말로 바로 거부주의의 실례다.

다섯째는 ‘인종주의’. 보통 PLO와 아랍 세계는 다른 인종과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는 인종주의의 화신들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미국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모든 사람들을 베트콩으로 여기고 초토화했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테러리스트’로 단정하고 그들을 박멸하려 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집단 최면이거나 조작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 특별한 관계를 옹호하고 고착하는 또 다른 삼각관계인 ‘지식인-정치가-언론’의 본질을 파악하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 세 당사자는 숙명의 트라이앵글에 서로 맞물려 파멸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팔레스타인과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중동역사의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장병옥(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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