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동네축구 K-league?

  • 입력 2001년 7월 12일 14시 35분


월드컵 본선 1승과 16강 진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고 기대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때문인지 국가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경기장이 가득참은 물론, TV채널은 거의 축구중계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국내 K-league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아직도 빈자리가 너무 크다. 방송사 또한, 위성채널이나 케이블을 제외한 실질적인 공중파 채널에서는 아직도 거의 중계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투쟁성이 강한 열혈 스포츠로서 다른 어떤 스포츠 보다 그 연고성이 강하며 ‘대리전쟁’의 강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축구의 본질은 외면한 채, 뛰어난 스타플레이어가 없을 뿐더러 그 경기의 수준마저 떨어지기 때문이라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차라리 위성채널로 유럽리그를 볼일이지, K-league와 같은 동네축구를 볼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많이 보았다.

과연 그럴까..?

언제나 강조하지만 축구를 보는 이유가 스타를 보는 것이라면 TV의 연예 프로그램을 볼일이요, 허를 찌르는 패스와 기가 막힌 발재간과 같은 묘기를 보기 위함이라면 ‘기인열전’ 등을 보면 더욱 나을 것이다. 사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젠 겸연쩍을 정도로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나라에서 국가대표팀과 프로리그와의 사이에 이렇듯 큰 관심의 차이가 있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국가대표팀만이 사실상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자신의 팀’이라 여겨지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지면 지는 대로 같이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며, 이기면 이기는 대로 같이 기뻐하게 하여 그들에게로 몰입하게 해주는 팀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유럽의 어떠한 메이저 클럽의 경기보다 자신들의 허접한(?) 팀의 패스하나가 더욱 그들을 흥분시키며, 때로는 아쉬움의 탄성과 기쁨의 환호성을 번갈아 토해내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열정은 바로 각 팀의 경기력 향상과 구단의 과감한 투자 등을 불러와 결국 자국의 전반적인 축구 환경을 향상시켜 자연히 그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는 대표팀의 경기력 또한 향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K-league는 동네축구라며 무시하며 유럽의 유명리그에 평소의 관심을 집중시킨 채, 입으로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온갖 제안과 비판을 늘어놓는 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가당찮은 것인가 말이다.

사실 한 나라의 축구 경기력의 수준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요인이 바로 그 나라의 프로축구 리그의 수준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축구 열기가 아닌가. 그 이유는 아무리 해외의 유명클럽에서 활동하는 몇몇의 걸출한 능력의 선수를 배출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결국 시합에서는 선수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원 중에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바로 축구는 열 한명이 뛰는 단체경기이기 때문이다.

이점은 이미 지난 86년 멕시코에서 차범근이라는 걸출한 세계적인 선수를 가지고서도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 예선탈락한 우리 나라의 예에서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아무리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국가대표팀 자원의 주 공급원인 자국의 국내 프로리그의 발전 없이는 월드컵과 같은 궁극적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물론 지난 대륙간컵 대회 때의 호주나 카메룬 등 몇몇 아프리카 팀들이, 국내파를 제외한 거의 전원 해외파로만 출전하여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그것은 원래 그들이 가진 축구에 대한 자질이 뛰어나서든 아니면 다행이 운이 좋아서든, 그들의 나라에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출현하여 많은 수의 선수가 세계축구의 메이저 무대인 유럽에서 활동함에 가능한 일일뿐이다. 즉,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뛰어난 기량을 가진 재목들이 계속 나타나 그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유럽의 메이저 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 나라와 같은 나라에서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계속하여 차범근과 같은 수퍼 플레이어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축구장을 찾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 빨리 자신의 팀을 찾아 응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쪽으로는 국가대표팀에 열광하여 매번 큰 대회에서 좌절하는 그들의 성적에 실망하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네 축구와 같은 국내 리그는 보기 싫다며 위성 채널의 유럽리그만을 쫓는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고 이기적인가를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축구판은 그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그 이유로 들먹이는 리그의 질을 떠나, 아예 애초부터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힘든 구조적인 후진성이 있다. 아무리 응원할 팀을 찾아 그 열기에 동참하려 해도 연고 구단이 없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과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경우로 우리 나라 인구 4명중 1명이 서울 사람임을 감안할 때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 하겠다. 물론 하부리그 제도가 없는 현행 제도상으로는 모든 도시마다 연고구단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서울은 물론이고 나머지 5대 광역시 중에서도 세 군데가 연고구단이 없다는 것은, 대충만 잡아도 전체인구의 삼분의 일을, 그것도 언론의 주 수요층인 서울과 5대 광역시의 대다수를 흥행에서 스스로 포기하고 들어가는 프로 스포츠인 축구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못 끌고 언론에서 소외되어 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프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행정력이 아닐 수 없지만, 어쩌겠는가… 이것 또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프로의 이름을 내걸고 있는 어떠한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의 참여 없이 프로리그 혼자만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그러한 무조건 적인 참여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만일 다행히(?) 자신의 팀을 찾아 그들과 같이 호흡을 할 수만 있다면 그 동안 몇 개월에 한번씩 가뭄에 콩나듯 열리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통해서만 느끼던 그 안타까움과 환희를 K-league에서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 그것도 먼 곳이 아닌 자신의 연고지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유럽의 화려한 리그들에 비해 어린애들 장난같이 비춰지는 조잡한 동네축구라 할지라도 말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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