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고객 개개인에 감동" 서비스 차별화 붐

  • 입력 2001년 6월 11일 19시 01분


서울 종로의 한 제과점. 20대 회사원 김모씨가 들어선다. 종업원은 밝은 미소로 인사한 뒤 커피 한잔과 초코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할 것인지 묻는다. 김씨는 내심 흐뭇하다. 자신이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종업원이 먼저 식성을 알고 챙겨주니 말이다.

이 제과점이 김씨의 아침 기분을 좋게 만든 것은 우량고객 중심의 단골을 관리하는 고객관계경영(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때문이다. 제과점은 자주 오는 손님의 얼굴과 주문 내용을 기억한다. 이런 노하우로 김씨에게 딱 들어맞는 맞춤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제과점은 아침 점심 저녁 때 구워내는 빵의 종류를 달리한다. 매출전표 내용을 주기적으로 분석한 결과 시간대별로 고객과 함께 많이 주문하는 빵의 종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 글 싣는 순서▼

1. 일대일(1:1) 마케팅
2. e풀필먼트
3. 사이버금융

고객 없이는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글로벌 경제로 국경이 사라지면서 총성 없는 기업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제품이 모자라 기업이 생산하는 대로 팔려나갔다. 그 후 한동안 기술이 우수한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소비자의 수요가 별로 늘지 않고 제품 수준이 큰 차이가 없어진 지금은 기업이 고객의 선호와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살아남는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1 대 1 마케팅을 목표로 고객별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수백만명이 넘는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통신과 정보기술(IT)의 발달에 힘입은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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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e이노베이션' 현실
- [전문가 한마디]김 영걸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교수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만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의 5배가 든다. 또 거래관계를 5년 이상 유지한 고객은 신규 고객에 비해 5배의 수익을 기업에 가져다준다. 고객관계경영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5월말 현재 고객 수가 1070만명에 이르는 SK텔레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 중의 하나다. 머지 않아 합병할 신세기통신의 가입자 300여만명을 합치면 고객 수가 1400만명에 달한다.

표문수 사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고객이 SK텔레콤의 서비스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는 ‘WITH SK텔레콤’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SK텔레콤은 가입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 고객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4개 그룹은 10∼20대 중심의 자유세상, 비즈니스맨 중심의 성공세상, 여성 중심의 행복세상, 중장년 중심의 여유세상 등이다. 예를 들어 행복세상 그룹에게는 기념일을 미리 알려주고 제과점 꽃집 등을 싸게 이용하게 하며 생활용품 구입 정보를 제공한다. 여유세상 그룹에게는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휴양림 호텔 등을 할인 받게 해주며 건강검진 서비스를 실시한다.

20세 미만의 신세대를 겨냥한 TTL을 보자. 커뮤니티를 좋아하는 신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영화동호회 전문직동호회 환경봉사동호회를 온·오프라인에서 운영한다. 매년 가입자 200명을 뽑아 미국 대학에 연수 보내고 여름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하는 고객에게 이틀간 호텔을 무료 사용하게 한다. 이들에게는 연예 오락 게임 미팅 패션 등의 정보가 주로 제공된다.

이는 부가서비스 이용빈도와 이동전화 사용시간 등 고객 관련 데이터를 과학적 기법으로 처리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되면 잠재고객에게 e메일이나 음성으로 그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이 회사는 5월1일부터 음성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들을 수 있는 ‘엔탑 보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주식 현재가 SK텔레콤이라고 차례로 말하면 주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인터넷을 잘 못하는 중장년층이나 운전중일 때 유용하다. 또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6월1일부터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매년 25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고객 불만처리를 위해 고객센터와 인터넷상에서 1700여명의 전문상담원이 일한다.

SK텔레콤정만원 무선인터넷사업부문장은 “아직 고객불만이 있지만 고객이 만족하도록 더욱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고객 수가 300만명에 달하는 한국투자신탁증권. 고객은 주로 현금을 맡겨 수익 얻기를 바란다. 금융상품은 대부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객맞춤형 상품개발은 아직 어려운 편이다.

이 회사는 고객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드림스’를 운용한다. 고객은 성향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지고 차별화된 상품이 제공된다. 종합자산관리상품은 수익성과 위험성을 혼합한 것이다. 고객이 지금까지 투자한 내용을 분석해 그 성향에 따라 현금과 채권 주식의 비율을 고객에게 맞춘 상품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한다.

이 회사에는 고객별 전담매니저제도가 있다. 전담매니저는 주기적으로 고객과 방문 전화 e메일 등으로 대화하고 그 내용을 ‘드림스’에 입력한다. 고객에게는 거래내용에 따라 사은품이 제공되고 기념일에 축하전문이 보내진다. 고객에게 투자 대출 세무 저축 등에 대한 상담은 물론 재산 포트폴리오 설계까지 해준다.

홍성일 한투 사장은 “IT를 통해 증권 투자신탁 등 모든 업무와 서비스를 고객 중심으로 처리하는 디지털 금융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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