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마쓰시타의 파괴경영]"창업이념만 빼고 모두 파괴"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44분


《“창업이념만 남기고 모두 파괴하라.” 일본 제조업의 성공모델로 꼽혀온 마쓰시타전기가 최근 ‘파괴’와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과거 대량생산, 대량판매방식으로 성공신화를 일궈왔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성장이 중단돼 급기야는 경쟁업체 소니에게 추월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 》

▽소니의 역전〓소니의 매출액은 90년에는 마쓰시타의 절반수준인 3조9000억엔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조3148억엔으로 늘어나 마쓰시타와의 격차를 불과 3667억엔으로 좁혔다. 게다가 올 매출액 전망치는 8조엔으로 마쓰시타를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마쓰시타의 90년대는 한마디로 ‘대(對)소니 전쟁의 패배사’로 불린다. 마쓰시타의 총매출액은 90년(다음해 3월 결산 기준) 7조5000억엔에서 지난해 7조6815억엔으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올 매출액은 7조6000억엔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소니가 비디오카메라 ‘핸디컴’, 컴퓨터 ‘바이오’,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등 음향 영상 정보통신분야에서 히트상품을 계속 내놓은 반면 마쓰시타는 과거 독주하다시피 했던 백색가전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다.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99년 TV시장 점유율조차 마쓰시타가 18.0%로 소니(18.1%)에 뒤졌다.

▽마쓰시타식 경영의 한계〓그동안 마쓰시타는 라이벌 업체가 개발한 신제품이 성공가능성을 보이면 대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저가격 유사품으로 순식간에 시장의 10%이상을 차지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마네시타(흉내냈다는 뜻의 일본어)전기’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전제조건인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는 끝났다는 진단이다.

또 이를 뒷받침해온 마쓰시타의 ‘사업부제’가 한계에 부닥쳤다. 사업부제는 TV나 비디오 냉장고 등 개별품목별로 기획부터 개발 생산 판매까지 일관해서 담당하는 조직제도로 대량생산시대에 적합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적자를 각오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각 사업부의 한계를 넘어 제품의 연관성에 착안한 신상품을 개발하는데는 도움이 안된다는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카무라사장의 도전〓지난해 6월말 취임한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사진) 사장은 “모든 악은 과거의 성공체험에 집착하는데서 비롯된다”며 창업이념을 제외한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근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와의 인터뷰에서 “목표의 80%는 파괴했다”며 “성과는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핵심은 사업부제의 폐지. 전임경영진도 두 번이나 이를 고쳐보려 했다가 반대에 부닥쳐 실패했지만 그는 “모두 찬성하는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과감하게 단행했다.

또 전국 2만여개 판매점 중 채산성이 낮은 곳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6000∼7000개점으로축소하는 한편 매출액의 26%나 되는 판매비용을 10%대로 끌어내린다는 계획. 올 초부터는 디지털분야 첨단기술개발을 위해 히타치 등 경쟁업체와의 제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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