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역전〓소니의 매출액은 90년에는 마쓰시타의 절반수준인 3조9000억엔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조3148억엔으로 늘어나 마쓰시타와의 격차를 불과 3667억엔으로 좁혔다. 게다가 올 매출액 전망치는 8조엔으로 마쓰시타를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마쓰시타의 90년대는 한마디로 ‘대(對)소니 전쟁의 패배사’로 불린다. 마쓰시타의 총매출액은 90년(다음해 3월 결산 기준) 7조5000억엔에서 지난해 7조6815억엔으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올 매출액은 7조6000억엔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소니가 비디오카메라 ‘핸디컴’, 컴퓨터 ‘바이오’,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등 음향 영상 정보통신분야에서 히트상품을 계속 내놓은 반면 마쓰시타는 과거 독주하다시피 했던 백색가전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다.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99년 TV시장 점유율조차 마쓰시타가 18.0%로 소니(18.1%)에 뒤졌다.
▽마쓰시타식 경영의 한계〓그동안 마쓰시타는 라이벌 업체가 개발한 신제품이 성공가능성을 보이면 대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저가격 유사품으로 순식간에 시장의 10%이상을 차지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마네시타(흉내냈다는 뜻의 일본어)전기’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전제조건인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는 끝났다는 진단이다.
또 이를 뒷받침해온 마쓰시타의 ‘사업부제’가 한계에 부닥쳤다. 사업부제는 TV나 비디오 냉장고 등 개별품목별로 기획부터 개발 생산 판매까지 일관해서 담당하는 조직제도로 대량생산시대에 적합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적자를 각오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각 사업부의 한계를 넘어 제품의 연관성에 착안한 신상품을 개발하는데는 도움이 안된다는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카무라사장의 도전〓지난해 6월말 취임한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사진) 사장은 “모든 악은 과거의 성공체험에 집착하는데서 비롯된다”며 창업이념을 제외한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근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와의 인터뷰에서 “목표의 80%는 파괴했다”며 “성과는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핵심은 사업부제의 폐지. 전임경영진도 두 번이나 이를 고쳐보려 했다가 반대에 부닥쳐 실패했지만 그는 “모두 찬성하는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과감하게 단행했다.
또 전국 2만여개 판매점 중 채산성이 낮은 곳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6000∼7000개점으로축소하는 한편 매출액의 26%나 되는 판매비용을 10%대로 끌어내린다는 계획. 올 초부터는 디지털분야 첨단기술개발을 위해 히타치 등 경쟁업체와의 제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