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RFD 6개월 점검 "투자자-애널리스트 모두 이득"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8분


미국 증권가에서 정보의 물줄기가 방향을 틀고 있다.

시행 6개월째를 맞는 ‘공정한 정보공개 규정(Regulation FD·이하 RFD·FD는 Fair Disclosure의 약자)으로 기업이 투자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하는 관행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온 것. RFD는 ‘상장기업들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투자정보를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동시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으로 작년 10월 23일 도입됐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일반투자자들의 불신이 만연해 있는 한국증시에 이같은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RFD 시행에 따른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정보공개와 일반투자자들의 투자기업에 대한 관심의 급격한 확산.(www.sec.gov/maps/byecast.htm 참조)

컨퍼런스 콜(기업 투자자홍보 담당자들과 애널리스트들간의 전화회의)을 인터넷 생중계하는 사업을 하는 베스트콜닷컴의 경우 올 1·4분기에 생중계한 컨퍼런스콜이 4300개로 작년 1·4분기의 1300개에서 크게 늘어났다.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인 EMC의 경우 컨퍼런스 콜이 시작된 뒤 불과 24시간만에 1만7000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이를 방청했다.

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기업 IR 담당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IR 담당자들이 RFD를 어길까봐 속 시원하게 얘기를 안 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상대의 설문조사 결과 ‘지난 6개월간 중요한 정보 제공량이 줄었다’는 응답은 57%에 그쳤다.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8%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량이 종전과 같다’고, 28%는 ‘전보다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RFD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정보 중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주가가 전보다 더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기업들이 확정된 영업실적 발표 이전에 경고성 사전발표(pre―anouncement)를 많이 해서 애널리스트들의 역할 공백을 메워줬다. 미 증권가에서는 ‘RFD가 의미있는 변화를 낳고 있으며 내용을 정교화해서 부작용을 없애는 것이 남은 과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국내증시에서도 RFD처럼 공정한 정보공개의 룰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담당 이사는 “RFD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주는 정보를 빼앗아 개인투자자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전에는 애널리스트들에게만 주던 정보를 일반투자자들에게도 나눠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로서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애널리스트의 실력은 ‘공유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누가 기업 실적을 더 잘 맞추고 적정주가를 더 잘 예측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RFD 도입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

전체적으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정보 중개 역할이 위축되면 자칫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기업정보의 절대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이 투자정보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공개하도록 하는 여건이 마련된 후에 시행해야 부작용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RFD가 도입되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증가하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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