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명 문제 충분히 논의하자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44분


대한의사협회가 낙태, 대리모, 뇌사, 소극적 안락사 등 법적 윤리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이 포함된 의사윤리지침을 제정해 오늘 대의원총회에서 확정한다고 한다. 의협이 처음으로 만든 78개 항목의 이 지침은 의료행위를 자체적으로 규제하고 환자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도 들어있어 획기적이다. 하지만 지침중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기술은 모호하거나 현행법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침에는 낙태와 관련해 ‘의학적 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 데 신중해야 하며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돼 있다. 낙태 허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데 이는 강간 근친상간 등에 의한 임신 등 5가지 경우에만 낙태를 인정하는 현행 모자보건법과 상충된다.

대리모와 관련해서도 ‘금전적 거래관계에 있는 대리모에게 인공수정시술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금전적 거래가 없다면 대리모 출산이 가능하다는 말인데 이에 대한 관련법은 없지만 민법의 사회질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환자측의 요구에 따라 생명유지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소극적 안락사도 역시 현행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의협이 낙태 대리모 뇌사 등이 사실상 인정되고 있는 의료계 현실을 감안해 윤리지침을 제정하게 됐다는 주장은 이해될 만하다. 낙태 대리모시술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생명에 관한 현행법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태 문제 등은 기존의 법질서 또는 사회적 종교적 가치관과 부닥치는 예민한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지침중 실정법에 어긋나는 조항에 대해서는 삭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종교계도 반발하고 있다.

의사윤리지침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사들은 지침에 따르게 돼 있는데 지침에 따른 의료행위는 결국 실정법에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지침의 시행에 앞서 관련법과의 상충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낙태 등 생명문제에 대한 논란은 간단히 해결될 일은 아니다. 나라마다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인데도 똑 부러진 결론은 없는 상태이다. 사회적 합의가 선결과제이다. 의료계 이외에도 법조계 종교계 등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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