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감이 없다?'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1분


‘여야(與野) 대선주자들 중에는 대통령감이 없다’는 이해찬(李海瓚)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 이 의장의 발언에는 무엇보다 자기 성찰과 반성이 빠져 있다. 그는 “(차기 대통령에게는) 인내와 설득, 갈등 조정 능력이 필요한 데 지금 (여야의) 대권후보 중에는 이를 충족시킬 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내와 설득, 갈등 조정 능력이 필요한 것은 비단 차기 대통령만이 아니다. 당장 현 집권세력에 요구되는 절실한 문제다.

오늘의 국민적 위기감은 오직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위기 그 자체보다는 위기를 극복해 나갈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 부재(不在)와 사회분열 현상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말 ‘의원 꿔주기 사태’ 이후 사실상 정치가 실종된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는 ‘우리 편, 너희 편’식의 갈등과 대립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여권은 줄곧 국정난맥의 원인으로 야당의 ‘발목잡기’와 기득권 세력의 반(反)개혁적 저항 등을 탓해 왔다. 그러나 여권이 상대를 끈기 있게 설득하고,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노력을 다했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오히려 수의 논리에 집착하는 ‘힘의 정치’와 개혁―반개혁의 이분법적 접근으로 사회 전체의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킨 면이 크다.

따라서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이라면 차기 대통령감을 걱정하기에 앞서 그동안 집권측의 잘못된 리더십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남은 임기에나마 국정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물론 지금의 지역당 구도로 볼 때 다음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잡든 어려운 시기를 맞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집권측부터 지역할거주의 구도를 완화시키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나 여권은 3당 연합을 통한 지역대결구도에 매달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집권당 정책위의장이 이런 모순은 접어둔 채 ‘대선 후 위기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위기감을 부풀려 개헌과 정계개편을 하고 그것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꾀하려는 것은 아닌지 등, 그 ‘저의(底意)’에 대한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다음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 이 의장이 선거를 1년 반 이상 남겨놓은 시점에 미리 ‘대통령감이 없다’고 단정하고 위기를 예단하는 것은 정치불안과 사회 전체의 위기 의식을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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